‘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일환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정책의 증시 부양 효과가 시들해졌다. 코스피 지수는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주 일부만 오를 뿐 밸류업 분위기를 타고 상승했던 ‘밸류업 수혜주’들은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전월 대비 3% 올랐지만, 금융·자동차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소위 ‘기업 밸류업 수혜주’들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수혜주들은 1분기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주도주 중심 랠리 영향을 받은 국내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주와 함께 고공 행진했지만, 2~3월 한꺼번에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와 실적 발표 시즌 및 배당락일을 지나면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 ‘저(低) PBR’ 종목인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주는 3월초 대비 주가가 10% 이상 빠졌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 등 금융지주들의 주가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시총 상위주들이 상승세를 꾸준히 견인하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 1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밸류업 정책 추진 구상을 처음 밝혔고 금융위원회가 유관 기관과 함께 2월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발표를 진행하면서 정책 취지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부가 하반기 본격 시행을 전제로 오는 5~6월 지원방안 2차(최종안) 발표를 예고했지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되자 개인·기관과 외국인의 투심도 엇갈리고 있다. 개인과 기관들이 밸류업 등을 테마로 소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동안 외국인들은 꾸준히 순매수했다. 1분기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는 도합 16조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같은 기간 외국인은 15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 역시 반도체 업종을 포함한 전기전자업종에 8조2000억원을 순매수하며 밸류업 수혜주와는 거리가 멀다.
당초 2분기 중 미 연준이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언급과 1일(현지시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것으로 발표된 3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금리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이 유입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 지연 우려 속에 위험자산 선호가 축소되며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대부분 업종이 하락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수세에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 3월 PMI 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졌지만 마이크론,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업종 강세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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