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20%를 또 다시 넘어서며 ‘반도체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업황 회복으로 반도체 수출이 개선됐지만 지속적인 수출 우상향을 위해서는 주력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1% 늘어난 565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6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성장이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6억7000만 달러로 2022년 6월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컸다. 3월로만 따지면 역대 2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6%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를 넘어선 건 지난해 8월 20.8% 이후 7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1월 17.1%, 2월 18.9% 등 반도체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를 빼면 사실상 수출 회복세는 약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 감소했다.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조업일수 감소와 GM 창원공장 전력설비 고장 등의 여파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주춤해진 영향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이 6개월 연속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며 아직 내수 경기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3.1% 줄어 지난해 7월(-3.1%)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물가도 비상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가 11.7%로 2021년 4월(13.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해 전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국제유가도 1.2% 올라 14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정부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적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물가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전망경로 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물가목표 수렴 확신을 위해서는 향후 물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출 품목 다변화를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이 늘더라도 특정 품목 사이클에 따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반도체 수출 둔화로 99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반도체나 자동차 의존도가 높다보니 업황의 변동에 따라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바이오의학 등 미래 전망이 밝은 사업을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더 이끌어주는 등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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