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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기본급만 최소 5억 원을 내걸며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에 나섰다. AI 반도체 조직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일반 직원 연봉의 수배에 이르는 조건까지 내건 것은 관련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상황에서 고급 인력을 제때 확충해 경쟁력을 높이고 AI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지난달 설립한 범용인공지능(AGI)컴퓨팅랩은 최근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AI 컴퓨팅 아키텍트 등 부문에서 수석책임자·수석엔지니어 등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으로만 5억 원을 제시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시장이 가진 잠재성을 고려할 때 각종 상여까지 붙으면 보상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번 인력 확충을 통해 AI 반도체와 관련한 전반적인 아키텍처 설계 역량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오랜 개발 역사를 가진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달리 AI 가속기를 본격 설계해온 역사는 훨씬 짧아 혁신의 여지가 큰 만큼 이 분야 인재들을 동원해 삼성전자만의 효율적인 AI용 반도체 아키텍처를 구축해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보틀넥(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것도 이번 인력 충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주요 과제다. 통상 AI 애플리케이션은 일반 앱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가 정체되는 병목현상이 빈발하고 이는 성능 저하와 전력 사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대규모언어모델(LLM) 대중화로 모델의 매개변수(파라미터)가 많게는 수조 개까지 늘어나 설계 단계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아키텍처를 만드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자사 첫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고 깜짝 발표한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이 제한적이고 가격까지 비싸 학습이 아닌 추론용으로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국내 사피온·리벨리온 등이 이미 이러한 수요를 좇아 기술 개발에 공력을 쏟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은 지난달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하1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더 빠르게 마하2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고 민첩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임원급 인재 확충 역시 마하1이 고객사에 인도되기까지 수개월이 남은 만큼 그 사이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잡아 차세대 제품 개발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비즈니스에서 6개월이면 기존 산업의 6년에 해당할 만큼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며 “기존 제품을 양산하는 노력과 별개로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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