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부산 해운대갑은 전통적으로 보수 세력이 강한 지역구다. 이 지역 현역인 하태경 의원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3선을 지냈다. 과거 기장군과 같은 선거구로 묶여 있던 시절을 포함해 해운대 지역에서 15~21대 총선(재보궐선거 제외) 모두 보수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해운대갑에 단수공천한 주 후보는 KBS부산·국제신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1~2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9%를 기록했다. 홍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은 43%로 집계됐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4.4%포인트) 내에서 경합하는 형국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2%, 29% 지지를 얻은 것을 고려하면 주 후보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해운대갑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지역구에 거주하는 4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1일 아주경제 취재진과 만나 “젊을 땐 보수 정당에 투표했는데 이번엔 마음에 들고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투표소에 갈 것”이라며 “이 후보가 싫어서 저 후보에게 투표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은 탓에 양당 후보들도 적극적으로 유세에 나서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7시부터 해운대백병원 뒤편 송정옛길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다. 흰색 운동화와 청바지, 본인 이름과 민주당 글자가 새겨진 파란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출근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운전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큰절 인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홍 후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서민 경제가 심각하게 나빠졌는데 혼자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 죄송함을 표현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마음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30년째 해운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장 재임 4년 동안 구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냈다”면서 “지역 사정을 모르고 오로지 대통령만 앞세우는 ‘낙하산 후보’와 크게 차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는 첨단 복합연구단지 건설이다. 53사단 유휴부지 100만평을 활용해 청년 일자리를 약 3만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청년 인구를 붙잡아 두고 저출산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홍 후보는 “불통 정치로 꽉 막힌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로 돌리는 선봉에 서겠다”며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고 우리나라 정치 지형은 물론 부산과 해운대를 확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요 공약으로 ‘교통체증 해소’를 꼽은 주 후보는 내년 반송터널 조기 착공을 약속했다. 반송터널이 준공되면 해운대 도심을 통과하는 차량이 부산외부순환도로로 분산될 것이란 구상이다. 이에 더해 부산형급행철도를 구축해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분으로 단축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또 각종 토론회 등에서 육군 53사단 부지 활용과 관련해 ‘군부대 완전 이전’을 전제로 체육시설을 골고루 배치하고, 공연장·미술관 등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주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 ‘의회 교체’를 이뤄 달라고 호소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해운대를 발전시키고, 겸손한 자세로 주민 옆을 지키겠다는 포부도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을 역임한 주 후보로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도 넘어야 할 산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산 중동에 산다고 밝힌 한 30대 여성은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못해서 민주당을 찍을 계획”이라며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상승하는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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