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과반, 민주당 지지율 상위 10% 지역서 판매
‘친환경’ 외적 동기가 민주당원 구매로 이어져
선명해진 당파성, 시장 성장 위협될 것 지적
“업계도 친환경보다 다른 이점 강조해야”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이 수요 둔화 속에 혹한기를 맞았다. 그간 배터리 충전소 부족이나 비싼 가격 등이 시장 확대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거론됐지만, 사회 양극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의 루카스 데이비스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전기차 시장과 정치적 양극화의 상관관계를 조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2~2022년 보급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과반이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상위 10% 지역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판매 대수의 3분의 1은 상위 5% 지역에 집중됐다. 연구팀이 소득과 인구밀도를 통제하고 들여다봐도 민주당 지지자의 구매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비스 교수는 “시장은 여러 측면에서 성숙해졌고, 이에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전기차가 더 많이 보급됐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이번 결과는 전기차의 광범위한 채택이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기차 인기는 기후변화에 신경 쓰고 있다는 ‘외적 동기’가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기후변화는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언급을 꺼리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공화당 선거운동본부에서 활동했던 공화당원 마이크 머피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머피는 정치적 당파성이 더 선명해지면서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이면서 전기차 애호가인 인사들을 모아 ‘EV 정치 프로젝트’라는 비영리단체도 세웠다. 자동차 업체들에 공화당 지지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전기차 추진에 대한 공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EV 정치 프로젝트가 자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은 보편적으로 자동차 브랜드에 대해 비슷한 태도를 지녔지만, 전기차에서만큼은 분열된 양상을 띠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를 샀다면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나 친척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명한 움직임’이라고 답한 비중은 민주당원이 61%, 공화당원이 19%로 갈렸다.
머피는 이러한 양극화가 결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소유한 자의 절반이 사상이나 당파라는 어리석은 이유로 전기차를 배제하고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지 못한다면 중국을 유리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선 파산 위기를 맞은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상장 폐지되고 리비안이 조지아 공장 착공 2년 만에 건설을 중단하는 등 전기차 시장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전반적인 수요 냉각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이들은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는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짚었다.
물론 미국 전기차 업계에도 희망적인 부분은 있다. 머피는 “여론조사 결과 정당과 관계없이 미국인 대부분이 전기차에 대해 중요한 공통 인식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들은 높은 전기차 가격이나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된 점 등을 우려했다”며 “업계는 전기차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호소하는 것을 그만두고 전기차가 가진 이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간 전기차에 거리를 두던 공화당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는 전기차 고속 충전소를 개장했다. 이는 ‘국가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NEVI)’ 일환으로 건설된 미국 최초의 고속 충전소다. 같은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캠프 조지 주지사도 메이저 배터리 제조업체 유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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