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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이 공사, 건설사가 책임집니다. 근데 지금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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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건설업계 뇌관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책임준공 확약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격한 금리상승과 원자재값 상승 탓에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약속한 날짜에 다 짓지 못하면 건설사가 빚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책임준공 예외 사유를 추가하고 기한을 연장해 무리한 시공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책임준공 기한 연장은 곧 PF 대출 만기 연장으로 이어진다. 금융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은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책임준공=독박”…PF대출금 떠안는 건설사들

책임준공 확약은 건설사가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 또는 준공인가를 받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1개 건설사가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 결정을 공시했다.

범양건영은 서울 동대문구 오피스텔 신축공사의 공동시공사로서 준공예정일인 지난달 29일까지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약 322억원의 중첩적 채무인수 의무가 발생했다. 회사는 분양 완료된 가구의 분양잔금과 준공 이후 미분양 가구의 담보대출을 통해 PF대출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 오피스텔 신축사업을 맡은 금호건설은 책임준공 기한인 지난달 13일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PF대출잔액 612억원에 대한 채무인수가 발생했다. 회사는 분양 완료된 가구의 분양잔금을 수금하면 채무인수액 전액을 상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경기 안성시 물류센터 개발사업의 시공사로서 책임준공 기한을 넘겨 지난해 12월15일부로 차주 및 시행사의 미상환 PF대출 원리금 채무 995억원을 중첩적으로 인수하게 됐다. 이를 상환하고 물류센터 사업장 매각을 통한 처분대금으로 상환금액을 회수한다는 게 현산 측 설명이다.

신용이 양호한 대형 건설사는 연대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중소형 건설사는 통상 신탁사의 신용보강이 필요하다. 건설사가 신탁사에, 신탁사가 대주단에 책임준공을 약속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방식은 부실에 따른 손실위험이 건설사에 집중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를 “약속한 준공기한이 지나면 PF 대출원리금 상환의무와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본래 준공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책임준공을 시키겠다는 신탁사의 2차 확약이 미이행돼도 시공사가 배상책임을 진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모두 부도처리될 경우에만 신탁사가 직접적으로 대주단에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실제로 책임준공 확약서를 살펴보니 시공사 입장에서 불합리한 조항들이 다수 존재했다. 금융사는 시공사가 ‘내란, 전쟁, 천재지변, 문화재 발굴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에만 공사를 중단할 수 있고, ‘건설자재의 부족, 민원 또는 분쟁의 발생,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노사분규’는 그 사유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건물에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시공사의 비용과 책임 하에 보수하고 환경문제, 안전사고, 민원 등을 시공사의 전적인 책임 하에 처리할 것’이며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금융사의 직접적인 손해를 중첩적으로 배상할 것’이라고 기재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개념 /그래픽=비즈워치

사적계약에 개입 어려워…결국 원만한 합의뿐

이 같은 건설업계의 한숨에 정부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와 수수료 등 금융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14일 참석한 언론사 행사에선 “시공사 책임준공 때문에 부실이 발생하면 건설사만 부담을 떠안고 금융권은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1일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시행 리스크를 책임준공을 통해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떠안는 등 건설사에 과도하게 부담을 지우는 구조가 보편화됐다”며 “이런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설계하는 게 건설업과 금융업 양쪽의 발전을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사업자와 시공사, 대주단 간의 민간계약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긴 쉽지 않다. 건설업계에서는 책임준공 자체를 무효화할 순 없더라도 그 기한을 늘려주고 예외사유를 추가해 시공사에 불리한 측면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사업 당사자 간 원만한 협의를 위해선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공사비 인상, 노조 파업 등 예상치 못한 공사기간 지연을 책임준공 예외 사유로 포함해 약정을 체결하도록 금융당국이 해석지침을 내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가 사적계약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와 같은 조정기구에서 건설사들이 협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와 발주처 모두를 위해 적절한 공사기간을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촉박한 책임준공 기한에 맞춰 무리하게 ‘돌관공사’를 하다보면 부실시공이 불가피해 결국 발주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돌관공사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인력과 자재를 단기간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실상 야간, 휴일을 포함해 24시간 연속 작업도 이뤄진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를 하다보면 자재수급 문제나 기상이변, 민원 등 미처 고려하지 못한 리스크가 생긴다. 공사기간을 맞추려 무리하게 작업하니 부실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발주자 입장에서도 안전하고 품질 좋은 건물을 위해선 적절한 공사기간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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