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행 당기순이익이 2007년 적자(4447억원)에서 2008년 흑자로 돌아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한은이 보유한 외화채권이 하락한 데다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화되면서 외환매매익과 유가증권매매익이 급감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3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전 당기순이익은 1조8640억원으로 전년 3조2964억원 대비 43% 줄었다. 세전 당기순이익은 2021년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지만 2년 연속 급감해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른 법인세 납부액도 7512억원에서 5018억원으로 2494억원 줄었다.
한은의 순익은 2008년 흑자로 돌아선 뒤부터 대체로 3조원대 안팎의 실적을 유지해왔다. 이후 2014년 1조원대로 내려 앉았다가 2015년 2조원대로 회복한 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조원대, 2019년에는 5조원대를 기록했다. 2020년 처음 7조원을 돌파한 후 2021년까지 7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부터 내림세다.
금리 결정 주체인 한은도 고금리 장기화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한은의 자산은 대부분 외화 자산과 원화 부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국내 기준금리와 환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로 유가증권이자는 증가한 반면 외환매매익과 유가증권매매익의 감소로 총수익이 2022년보다 1조6183억원 줄어든 19조3260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외화채권의 이자수익은 1조4234억원 늘었지만 외화채권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외환매매익이 전년 대비 1조3414억원 줄었다. 같은 이유로 유가증권매매익도 1조9847억원 증발했다.
영업비용은 2022년보다 1346억원 감소한 17조5553억원을 기록했다. 통화안정증권이자가 1조7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늘어났으며, 유가증권매매손이 6424억원 감소했다.
이덕배 한은 예산회계팀장은 “지난해 금리는 꾸준히 상승했으나 환율은 2022년보다 변동폭이 많이 줄어들면서 이런 흐름이 당기순이익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원화 사이드에선 통화안정증권 발생 증가로 이자가 증가했다”면서 “환율 측면에서 보면 2022년 하반기 변동폭이 커 외환매매익이 많이 발생했다가 2023년 변동이 줄어 외환매매익 역시 줄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