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돼 국내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총 1만561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인 172만2249건의 0.91%에 달하는 수준이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이 0.9%를 넘어간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공표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많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상 최고치로 분석된다.
올해 1~2개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도 0.97%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달부터 국내 은행권에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면서 향후 내국인의 부동산 매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이 1%를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가 상승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위험을 고려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이 경우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0.2%로 출발한 이후 우상향을 지속했으며,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0.63%와 0.62%로 2019년(0.69%)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2022년 0.75%로 회복세를 보였다. 이후 지난해 0.91%로 크게 늘었다.
월별로 살펴보면 이미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이 1%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9월 사상 처음으로 1%를 돌파했으며, 10월과 11월에도 3개월 연속 1%를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1월에는 1.11%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1월에도 1%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자체가 크게 늘었기보다는 내국인의 부동산 매수가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비율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월평균 외국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1301.17건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월평균 1500건 안팎으로 집계된 것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전체 건수가 월평균 2018년~2022년 동안 21만~25만건에서 지난해 14만3521건으로 훨씬 더 크게 줄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경기 악화 국면에서 내국인의 부동산 매수가 크게 줄어든 반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살펴본 결과 중국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중국 국적 외국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는 1만157건으로 전체 외국인 중 65.05%에 달했다. 올해 1~2월에도 2660건 중 1646건으로 61.8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4개월 동안 중국인이 매월 843건 이상 매수한 것이다.
이는 2위인 미국인을 큰 격차로 따돌리는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는 2374건에 불과해 15.2%에 그쳤다. 3위는 556건(비중 3.56%)을 신청한 캐나다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69개 국가 국적을 보유한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들은 국내 지역 중에서 경기도 지역 부동산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외국인의 경기도 지역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는 6684건으로 전체의 42.81%에 달했다. 경기도 다음으로 인천이 2328건(14.91%) 서울이 1668건(10.68%), 충남이 1441건(9.23%)로 뒤를 이었다. 그 외 지역은 1000건을 하회했다.
과거와 최근 선호 지역이 크게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지난 2010년에는 서울 지역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가 1259건으로 경기도(1154건)를 넘어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차츰 경기도에 외국인들이 근무하는 공단이 늘어나면서 경기도가 서울을 추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직은 그 규모가 크지 않으나 점점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확대돼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실수요자의 대출한도가 줄어든 상황이라 해외에서 대출을 받아 국내로 자금을 가져오는 외국인과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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