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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널뛰는 식탁물가…’스마트농산업’이 활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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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식탁 물가 상승으로 소란하다. 사과, 배 등 일부 농산물 가격 급등 때문이다. 두말없이 수요와 공급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진 결과다.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안정적이다. 그래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은 대부분 공급 불안정에서 온다. 이번 사태 역시 공급 불안정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해 과일 개화기와 착과기에 밀어닥친 기상이변과 그에 따른 병해충 등으로 사과와 배 생산량이 앞선 해보다 각각 30%, 27% 감소했다.

농산물 생산·공급은 자연환경과 기상 상황, 그리고 생산자의 경험과 노력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자연환경 조건과 기상 상황의 이상 변동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 지구적 추세다. 거기다 한국은 농업인의 경험과 노력의 안정적 지속성 역시 어떤 나라보다도 크게 위협받는다. 노동력 고령화와 후계 영농인 부족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속도로 몰아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와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이번 같은 사태의 더욱 잦은 반복이 불 보듯 훤하다.

현안이 분명한 만큼 대응 방향도 뚜렷하다. 자연환경 조건과 기상 상황을 최대한 조정·통제·적응을 활용하고 청년 후계농을 유인·확보해 앞선 농업인의 경험과 노력을 전승·발전시키는 것이다. 대응 방향은 분명한데 구체적 수단 제시는 만만찮다. 그래도 과학기술 활용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과학기술의 진보와 응용·적용으로 농업생산은 비약했고 인구 폭증에 대응했다.

지금까지 농업생산 증대는 주로 노동과 토지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기계적·생화학적 기술을 통해서였다. 자연환경과 기상 상황, 노동력 세대교체가 비교적 정상 상태일 때는 기계적·생화학적 기술의 역할은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 자연환경 조건과 기상 상황의 이변, 거기에 노동력 세대 단절이라는 굴절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런 굴절 현상 같은 변혁기에는 관행의 기계적·생화학적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농업생산 단위에서 적정 환경과 기상을 조성하고 축적된 앞선 농업인의 경험·노하우·노력의 최적 값을 찾아 전승·발전시켜야 한다. 또 청년 친화적 농산업경영을 가능케 하여 새로운 세대가 노동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충분한 동인이 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과학기술 선진국이 보이는 농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팜 확산에 주목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지능정보,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한 스마트팜은 변혁기 농산업의 활로로 부각하고 있다. 제대로 보급·확산·정착되면 청년 친화적 경영환경을 이끌어 신세대가 농산업에 유입되는 데 큰 동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이변 추세의 자연환경 조건과 기상 상황을 최대한 조정·통제·적응해 활용하고 앞선 농업인의 경험과 노력을 발전적으로 승계할 것이다.

한국은 스마트팜이 기반할 다양한 주변 기술의 선진국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활용해 이미 큰 노력을 해왔다. 여러 부처가 분산 진행하던 스마트팜 연구개발을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 설립으로 다부처 통합 연구 체제를 구축해 연구개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작년에 제정하고 올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이어 정부는 며칠 전 ‘스마트농산업 발전 방안’을 다시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조치를 종합하고 실천 의지를 확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신흥 산업 초기 구축에 민간 기능의 위축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공공주도형 신흥 산업 설계는 민간의 자율적 참여 유인을 위축하므로 장기적 산업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농산업의 당면 과제를 단번에 해결할 기적의 묘안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의 지속적 추진이다. 그동안 일련의 스마트팜 대책과 이번 발전 방안을 꾸준히 시행해 한국 농산업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아주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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