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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집중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 D램 등으로 점차 다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반도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점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실적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28일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최로 열린 ‘2024 ACE 반도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AI 반도체라고 통칭하고 있는데 학습, 추론, 생성 또는 온디바이스, 서버, 클라우드 등 용도에 따라 다르다”며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엔비디아나 HBM의 독점 구도도 깨질 수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반도체 삼국지’ 저자로 대표적인 반도체 전문가다.
권 교수는 AI의 다양한 쓰임새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칩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D램 등 다양한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가 발표한 ‘마하1’이라는 칩에는 HBM이 들어가지 않고 저전력(LP) DDR5 D램이 사용될 것”이라며 “DDR5는 HBM에 비해 대역폭은 작지만 가격이 싸고 전력을 적게 소모하기 때문에 이런 모델들이 나오면서 AI 칩도 점차 다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메모리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데 선행 투자를 한 삼성전자가 D램에서 본격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권 교수는 “HBM에 쏠린 관심이 점점 줄면서 D램과의 가격 차이가 5~6배에서 2~3배까지 좁혀질 경우 안정된 수율을 가진 D램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HBM 후발 주자 위치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고 AMD 등과 전략적인 협력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가 안보 이슈와 연결된 만큼 투자 관점에서 국제적인 정세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미국과 동맹 관계인 몇 개 국가가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통제 기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 코콤(COCOM·대공산권 수출조정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증권사 연구원 보고서만 볼 것이 아니라 네이처·사이언스·테크놀로지리뷰 등 국제 학술지를 보며 기술이 어디까지 진보하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반도체 고점 우려에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000660)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능가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엔비디아 역시 올해 공개된 새로운 칩에 대한 수요와 대기 기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반도체 기업들이 적자로 인한 재무 건전성 우려 때문에 공급을 늘릴 수는 없고 수요는 지속되는 상황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투운용 역시 반도체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봤다. 배재규 한투운용 사장은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투자는 현재 시점이 아니라 5년, 10년 후 미래를 보고 해야 하는데 AI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도 “반도체 진입 장벽이 높아질수록 상위 기업 집중이 더 공고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독점 기업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5%(1000원) 오른 8만 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1년 8월 9일(8만 1500원)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8만 10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또 갈아치웠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66%(3000원) 내린 17만 8200원을 기록했다. 전날 18만 1200원으로 사상 처음 18만 원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하락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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