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종갑은 4’10 총선에서 보기 드물게 제3지대 정당 후보가 양자 대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선거구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투기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후보의 공천을 취소해서다.
이 곳의 대진표는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의 양자 구도로 짜여졌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 향배가 승부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새로운미래는 이번 총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탓에 22대 국회에서 존재감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세종갑 지역구에서 승산이 생기며 적어도 또다른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과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미래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현재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단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무선’임의전화걸기(RDD)’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의향 조사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29.1%,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28.1%,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비례연합정당) 21.6%로 집계됐다.
개혁신당은 6.2%, 새로운미래 3.4%, 녹색정의당 2.0%였다. ‘없거나 투표 안 할 것’은 3.1%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거대 양당을 향한 지지세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양당 외 지지층 상당수는 조국혁신당에 몰리고 있는 형국인 셈이어서 나머지 제3지대 정당의 입지가 더 좁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선거 흐름만 보면 새로운미래는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2석 안팎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다른 제 3정당인 개혁신당은 3석 안팎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운미래의 지역구 선거 판세는 더 암울한 상황이었다. 복수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새로운미래 옷을 입고 출마하는 후보들은 지역구에서 대체로 5% 이하의 저조한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선주자급으로 꼽히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조차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서 민형배 민주당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미래가 지역구 의석 1곳을 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거구로 세종갑이 꼽힌다.
앞서 민주당이 세종갑 후보에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리며 민주당 지지층을 새로운미래가 흡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세종갑에 공천했던 이영선 후보의 부동산 투기, 재산 허위신고 의혹 등을 이유로 공천을 철회했다.
세종갑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홍성국 민주당 후보가 과반이 넘는 56.45% 득표율로 당선됐다.
애초 세종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구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데다 인구 구성에서도 민주당에 호감을 지닌 젊은 층이 많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평균연령은 38.8세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연령이 30대다.
새로운미래는 애초 민주당에서 나온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김종민 후보 역시 민주당에서 활동했던 재선 의원이다.
김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 소속으로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21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 고지를 밟았다.
김 후보는 민주당 내 대표적 비이재명계(비명계) 인사로 꼽히며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반목하다 지난 1월 민주당을 나와 새로운미래를 창당해 이낙연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후 서울 용산과 세종갑 등을 출마 선거구로 고민해 오다 이달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만큼 후보를 내지 않은 민주당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는 가장 유리할 것이란 시선이 많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강한 이들은 국민의힘 후보의 낙선을 위해 김 후보에게 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이라 하더라도 친명 성향이 강한 부류는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김 후보에게 앙금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후보를 찍진 않더라도 아예 다른 후보를 선택하거나 기권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공천 철회는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기회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후보 무공천으로 야권 단일화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높은 경쟁력을 지닌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만큼 넘어야 할 장벽이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류 후보는 1984년 출생의 젊은 정치인으로 2022년 국민의힘 세종특별자치시당 위원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듬해 국민의힘 세종갑 당협위원장에 선출돼 지역구 관리를 해왔다.
류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로서 강점을 앞세워 세종시 발전에 힘쓰겠다고 강조하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7일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류 후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류 후보는 한 위원장의 국회 이전 공약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세종시는 진짜 행정수도로 완성될 것”이라며 “신행정수도법 시즌2를 대표 발의해 연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못박겠다”고 강조했다.
27일 조원씨앤아이의 세종갑 국회의원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이영선 민주당 후보 52.1%,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 33.1%,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 5.7%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TJB대전방송과 충청투데이 공동 의뢰로 지난 23~24일 이틀 동안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민주당의 이영선 후보 공천 철회가 반영되지 않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아직 지지율이 양당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김종민 후보는 승부의 최대 관건인 민주당 지지층 흡수를 위해 거듭 자세를 낮추고 있다.
김 후보는 26일 유튜브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것과 관련해 “정치인으로 뜻이 있고 생각이 있어 한 행동이지만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죄송하다”며 “방법상의 차이를 넘어 대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싫어서,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더 잘해보고자 한 거다”라며 “윤석열정권을 심판해 나라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은 같으며 방법상 차이를 넘어 대의를 위해 노력하고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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