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및 부실시공, 실적 부진 등으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을 받고 있다. 시장 침체와 원가율 상승 등의 악재까지 겹치며 건설업 전반에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는 모습이다. 이에 부동산 경기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건설사들의 전체 손실 규모가 최대 8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시장 침체에 실적 악재 겹치자…등급 ‘무더기 하락’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했다. 등급 하락의 이유는 공사원가 상승과 대구 지역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 실적 등으로 인한 1878억원의 대규모 영업 적자 등이었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영업 적자율은 12.5%로 전년 0.8%보다 11.7%p(포인트) 증가했다.
한신평은 민간 도급공사 위주의 사업장 구성, 미분양 현장의 추가 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신세계건설의 수익성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GS건설, 대보건설, 한신공영은 부실시공 및 PF부실 등의 이유로 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신평은 GS건설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낮췄다. 영업정지 행정처분 부과로 인한 사업 경쟁력 악화 등이 이유였다. 대보건설(BBB-)도 같은 이유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또 한국기업평가는 한신공영(BBB)의 수익성 하락 및 재무 부담 증가를 근거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곧 건설업 위기?
이 같은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향후 건설사의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4월 위기설이 지속해서 도는 것도 이러한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지금보다 더 악화한다면 이는 분양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쳐 곧 유동성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신평이 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20곳의 총 PF 보증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15.6% 증가했다.
특히 PF 보증 규모는 여전히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신평은 지난 26일 웨비나를 통해 AA급(현대건설, DL이앤씨)과 태영건설을 제외한 등급 보유 건설사 17곳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현 수준에서 점진적 혹은, 급격히 저하된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말 기준 PF 보증과 엑시트(투자금 회수)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한 미분양(책임준공)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설사들의 손실 규모를 추정했다. 그러자 최소 5조8000억원에서 최대 8조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이러한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도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현재 부채비율을 300% 초과하는 업체는 2개지만, 테스트 결과 최대 7개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 하향 압력 여전해… PF 연착륙에 정부 나선다면?
한신평에 따르면 PF발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건축과 주택사업에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들의 매출 규모는 더 위축돼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사업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외부 여건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도 건설사 등급에 대한 하향 압력이 여전할 것”이라며 “계열 지원이나 자구안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PF 우발채무 부실화 여부가 건설사 신용도 회복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 적용될 경우 전망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준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이달 말 PF 연착륙, 미분양 해소 방안 등 부동산 경기 안정화 정책을 담은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정부가 발표한다”며 “특히 전국 각지 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나타나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부문 공사비 증액을 통해 사업 속도를 올리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4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4월에 단기 PF의 만기가 많이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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