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 통과가 오는 29일로 한 달째를 맞는다. 이 기간 실거주 의무 유예 혜택 단지가 대거 몰린 서울 강동구는 전세물건이 15%가량 늘고, 전셋값은 서울 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일대 전세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였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시장도 지난주를 기점으로 상승 폭이 둔화하는 등 실거주 의무 유예 시행이 전세시장 안정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부동산 정보 앱 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와 강북구, 서초구, 종로구, 용산구, 마포구는 한 달 전(2월 27일) 대비 아파트 전세 물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동구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6.2%(394건) 급증했다. 실거주 의무 유예 수혜 단지가 강동구에 몰린 영향이 컸다. 이번 실거주 의무 유예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에선 최근 한 달 동안 전세 물건이 467건에서 870건으로 86.2% 늘었다. 또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는 이 기간 93건에서 149건으로 6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총 1만2000가구 규모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6월 입주 예정인 1299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에선 지난달 실거주 의무 유예 시행 후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일대 전셋값은 주변 단지 대비 수억 원 하락했다.
이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면적 84㎡형 전세 보증금 시세는 최저 6억 원부터다. 이 외에도 전용 84㎡형 기준 6억9500만 원 등 7억 원 이하 매물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강동구 내 또 다른 대표 단지인 ‘고덕아르테온’은 같은 평형이 평균 7억 원대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신축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셋값이 훨씬 낮은 셈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11월 입주 전까지 전세물건이 더 쌓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물론, 주변 단지 전셋값까지 동반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동구 이외에도 전세 물건이 늘어나는 지역이 속속 포착됐다. 서초구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2%(198건) 늘어난 3946건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강북구는 15.0%(38건) 증가한 291건으로 조사됐다. 용산구와 마포구는 각각 2.5%(22건)와 2.4%(19건)씩 전세 물건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실거주 의무 유예 이후 전세 물건이 쌓이자 강동구를 중심으로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1일 발표한 3월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강동구는 지난주 서울 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전셋값이 0.04% 하락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강동구는 이달 둘째 주(11일 기준)에도 0.01% 하락했는데 이달 들어서 2주 연속 전셋값이 하락한 곳은 서울에선 강동구 한 곳뿐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도 상승세가 꺾였다. 이달 셋째 주 서울 전셋값은 0.07% 상승으로 전주 0.08% 대비 0.01%포인트(p)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 의무 유예 적용 단지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론 전셋값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나 도 단위로 보면 아파트 전세 시장 수요가 늘어난 만큼 큰 폭의 전셋값 조정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당장 서울 강동구 쪽은 하반기까지 전셋값이 휘청일 것”이라며 “1만 가구가 입주하는 상황은 지역 전세시장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이고, 잠실 등 일부 강남권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빌라 전세 수요 급감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부쩍 늘어서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앞으로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받는 단지들이 서울 내에서 늘어나면 전셋값이 일부 안정세를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