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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비용과 공사비 상승에 발을 빼는 건설사들이 많아지면서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지역에 공급이 집중되고, 미계약 물량이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다.
26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민간 임대주택 평균 청약경쟁률은 2021년 9.1대 1에서 지난해 2.0대 1로 대폭 낮아졌다. 이달 18~19일 청약을 진행한 충남 ‘당진 대덕수청 중흥S-클래스 포레힐’은 총 324가구 모집에 322명이 접수해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같은 날 공급한 부산 ‘백양산롯데캐슬골드센트럴’도 44가구 모집에 21명만 신청해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화성동탄PFV가 지난해 말 동탄2택지개발지구에 공급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 ‘힐스테이트 동탄포레(585가구)’는 현재 절반 이상이 미계약 상태다.
민간 임대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건설사가 기금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건설비용을 조달하는 대신 최장 10년까지 임대를 놓도록 한 주택이다. 혜택에 따라 공공지원과 장기일반으로 나뉜다. 의무 임대기간 이후에는 분양이 허용된다. 입지가 좋은 공공택지를 낮은 경쟁률로 매입할 수 있어 건설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거주에 임대료 인상 폭이 2년 마다 5%로 제한되는 게 이점이다. 특히 혜택이 많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최초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70~95% 수준으로 고정돼있다. 저렴한 임대료에 2022년 서울 관악구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는 평균 108.0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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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으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입지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도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의 경우 2022년 고양 덕은지구·파주 운정·인천 검단 등에서 총 5000가구 이상의 민간 임대가 공급됐지만, 지난해에는 공급실적이 3000가구에 그쳤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의무 임대기간인 10년 간 수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극동건설은 2020년 공모를 통해 따낸 아산 배방지구 내 공공지원 민간임대 우선협상대상권을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반납하기도 했다.
장기일반 민간임대 아파트인 서울 강서구 방화동 ‘마곡우촌’은 75가구 중 59가구가 178억 원에 ‘통매각’ 매물로 나왔다. 2022년 공급됐지만 일부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가 임차인 모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간임대 주택을 양도받은 사업자는 의무 임대기간 동안 분양을 할 수 없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중에서도 외곽인데다 주변에 워낙 저렴한 빌라 임대 매물이 많아 경쟁력이 없었다”며 “2032년까지 분양도 할 수 없어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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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올해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모 물량은 연간 1만 가구에서 2만 가구로 확대하고, 공사비 현실화 방안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18일부터 1년간 공공지원 민간임대 금리를 기존보다 0.3% 인하하고, 장기일반 민간임대 가구당 대출한도를 2000만 원씩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오피스텔 등으로만 제한돼 건설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민 주거 사다리 중 하나인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초 보증금 규제와 상승 폭 제한 완화 등 임대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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