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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선출되면서 의료계 행보에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명의 후보자 중 가장 발언 수위가 높았던 임현택(54)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의정 대화는 커녕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 등 의료공백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7일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의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임 당선자는 5000만 국민의 생명을 팽개치고 14만 의사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임 회장이 전일(26일) 당선 확정 후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노조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환자들을 챙기겠다는 약속도,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없었다”며 “의사들은 환영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 당선자가 ‘의대 정원을 500∼100명 줄여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사 부족에 따른 필수·지역·공공의료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임 당선자는 강경파로 불리는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수의료 살리기 투쟁을 이끌어가는 강경파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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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단체만의 시선은 아니다. 의사단체 중 유일한 법정단체인 의협의 수장직에 가장 강도높게 의대 증원을 반대했던 임 당선자가 선출되며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안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임 회장은 25~26일 양일간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3만3084명 중 2만1646표(65.43%)를 얻었다. 경쟁자였던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34.57%의 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의사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셈이다. 임 당선자의 임기는 5월 1일부터 3년이다. 다만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이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직후 자진 사퇴하며 집행부 공백이 2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데다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임 회장이 정식 임기보다 빨리 투쟁 전면에 설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자는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2007년부터 충남 아산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다 2015년 미래를생각하는소아청소년과모임 대표를 맡았고, 2016년부터 8년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맡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임 당선자가 2018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재임에 도전할 당시 ‘회장과 임원들이 회원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던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회장 월급 세후 2000만 원 등 재임기간 연봉, 활동비 명목으로 3억 원 상당의 비용을 책정하고 이사, 부회장 등 집행부 활동비를 별도 책정하는 등 전임자들에 비해 파격적인 수준을 요구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5연임’이라는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임기 중 보여준 ‘행동력’ 덕분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임 당선자는 작년 3월 의협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등장해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나 줄었다. 5년간 경영난으로 폐업한 소청과 의원이 662개나 되는 데도 주요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이라며 “소청과 전문의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만큼 이제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이들의 ‘폐과’ 선언 직후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고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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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등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법률자문을 지원하고,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한 의사단체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의 대표도 임 당선자다. 지난 19일에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달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를 찾았다가 자리를 옮기라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의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는데, 이 과정에서 본인이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힌 채 끌려 나갔다고 주장하며 해당 상황을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해 ‘입틀막’ 의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의대 정원을 오히려 500~1000명 축소해야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의대 교수들을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면서도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조건에 매여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의정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대정부 투쟁 외에도 ‘의사 면허 취소법 개정’과 ‘수술실 CCTV 설치법’ 등을 개정해 의사 권리를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밖에도 정부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 건강보험에서 한방 보험 분리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의사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간호사, 한의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 단체와도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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