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교량 붕괴 사고로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이 가중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7분께 볼티모어항을 출발한 싱가포르 국적의 컨테이너선 \’달리\’가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했다.
1977년 개통한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약 2.6km 길이로 퍼탭스코 강 하류를 가로질러 볼티모어항 외곽을 연결한다.
길이 약 300m, 폭 약 48m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속 14.8km의 속도로 들이받은 충격에 교각이 먼저 쓰러지고 그 위의 구조물을 시작으로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전체 길이 1.6마일의 다리가 물에 내려앉는 데 약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다리가 선박 충돌로 무너지자 메릴랜드주 당국은 항구 운영을 무기한 중단했다.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인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은 몇 주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볼티모어항의 크기는 미국에서 11번째로 큰 만큼 전체적인 수출입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까지 1년 동안 볼티모어항이 처리한 미국 동부 및 걸프 연안 지역의 수입은 3%에 불과했다.
또 메릴랜드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작년 한 해에만 5200만톤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는데 이는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많다.
그러나 볼티모어항은 특정 품목에 대해선 핵심 터미널이라는 점에서 공급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대 250만 톤의 석탄, 수백대에 달하는 자동차는 물론 목재와 석고마저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파나마, 홍해에 이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또다시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울프 리서치는 볼티모어항에서 주로 수출되는 품목이 석탄, 천연가스, 항공우주 부품, 건설 기계, 농업 부품, 대두 등이라고 지목했다.
볼티모어항은 특히 미국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석탄 수출 터미널이며 대부분의 수출물량은 인도로 향한다.
엑스콜 에너지 앤드 리소시스의 어니 트래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로 석탄 수출이 최대 6주 동안 중단돼 250만톤에 달하는 물량이 차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재 분석업체 DBX는 이번 공급차질로 아시아 석탄시장이 유럽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000여대를 취급했는데 이는 13년 연속으로 미국 그 어느 항구보다 많은 양이다. 수입과 수출 규모는 각각 230억달러, 48억달러로 집계됐다.
존 로울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부품 등을 다른 항구로 옮겨야 한다”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포드 자동차 관계자는 “볼티모어항 폐쇄로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운송을 다른 항구로 옮겨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차량 선적 경로를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VW)은 터미널 위치상 항만 운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BMW는 단기적 지연 외에 사업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볼티모어 항구를 통한 차량 운송은 없는 상태다.
이번 사태는 해상뿐만 아니라 육로수송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럭운송협회(ATA)에 따르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를 통해 운송되는 상품의 연간 가치는 280억에 이른다.
다리를 새로 건설하는 데도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리처드 미드 편집국장은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며 “1977년 당시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인플레이션,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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