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가운데 SMR 분야에서는 러·중과 싸워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50년 장기 계약을 맺는 식으로 SMR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SMR 패권 경쟁을 시작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기업 테라파워는 오는 6월 미국 내 첫 SMR 건설에 나선다. 미국 최초 SMR인 만큼, 미국산 SMR의 경제성 등을 입증할 시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미 와이오밍주 캐머러에 건설되며, 2023년 완공이 목표다.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이른바 소듐냉각원자로(SFR)로 지어지며, 345메가와트(MW)급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SMR은 크기가 작아서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고, 제작이 완성된 후에는 현장까지 차량을 통해 운송할 수 있을 정도로 설치 과정이 매우 단순하다. 더구나 기존 원자로보다 우라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폐기물도 적게 나온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도 SMR 수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SMR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러 대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중국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SMR의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등 원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점을 고려해 미국은 지정학적 요인 등을 앞세워 해외 수주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SMR의 수명이 50년이 넘는 점을 고려해 불확실성이 큰 중·러보다는 미국과 손을 잡는 게 리스크가 적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최근의 신냉전 구도 역시 미국에는 긍정적 요소다. 러·우 전쟁으로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 각국이 러시아를 대신할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은 SMR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과정도 밟아왔다. 우선 지난해 두바이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 주도하에 회원국들은 향후 30년 동안 세계 원자력 에너지 생산량을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국 의회는 자국 우라늄 농축 기술 발전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용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필리핀에 미국 원자력 발전 기술 및 자재 수출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외에도 미국 관리들은 해외 수주를 올리기 위해 SMR 개발업체, 국영 수출입은행, 국제개발금융공사(IDFC) 등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은 폴란드, 불가리아, 가나,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과 SMR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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