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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12단 5세대 HBM(HBM3E)에서는 가장 먼저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으면서 역전을 노린다. 12단 이상의 초고적층 HBM부터는 기술 고도화로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초격차’를 구현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개발 완료를 발표한 12단 HBM3E 시제품을 평가하고 있고 하반기께 승인 작업(퀄)을 완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8단 HBM3E에 대한 평가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12단 제품과 비슷한 시점에 인증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8단과 12단이 비슷한 시기에 양산과 납품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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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대로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제품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양산에 최초로 활용한다. 지난해 양산됐던 4세대 HBM(HBM3)의 경우 SK하이닉스의 8단 제품만을 자사 GPU 양산에 활용했으나 삼성전자가 1년 만에 이런 양상을 뒤집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위주로 편성된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 균열을 내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절치부심했다. 특히 현재 가장 높은 단수인 12단 HBM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회사의 열압착-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 공정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초 엔비디아에 12단 HBM 샘플을 보냈고 현재까지의 신호는 긍정적이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황 CEO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삼성의 12단 HBM3E 제품 위에 ‘승인(Approved)’이라는 글귀를 남기며 삼성과의 공고한 협력을 시사했다. 황 CEO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서는 “삼성 HBM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12단 HBM3E 최초 공급은 그동안 삼성전자 HBM 기술에 관한 시장의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4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메모리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HBM 시장이 주목 받기 시작한 지난해 내내 자존심을 구겼다.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엔비디아의 HBM3 공급망 진입에 번번이 실패했고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기술을 앞세운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도 내줬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삼성의 무상 HBM 칩조차 돌려보냈을 만큼 SK하이닉스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루머가 돌 정도였다.
각종 HBM 기술을 새롭게 재편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는 HBM 거래선을 매섭게 확장해 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주요 AI 반도체 회사에 8·12단 HBM3를 공급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삼성 12단 제품의 안정성과 생산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가 시장을 확대해나가면서 올해 SK하이닉스와 대등한 HBM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생산량을 올해 최소 2.5배는 늘리겠다는 계획도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12단 HBM 기술 확보에 힘입어 차세대 제품인 16단 6세대 HBM(HBM4)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2월 미국에서 열렸던 ISSCC 2024 학회에 참석해 HBM4 개발 로드맵과 공정에 대해 소개했다. HBM4는 HBM3E에 비해 대역폭이 66% 증가하고 에너지효율은 33%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16단 이상 HBM에서 두께를 더욱 얇게 만들기 위해 ‘꿈의 공정’으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가능성도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이 내세우는 TC-NCF 공정과 하이브리드 본딩의 모든 가능성을 보고 HBM4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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