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세운지구 일대에 세운 정비계획안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서울시의 재정비 계획이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경관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황보고서를 요청했다. 종묘의 세계 유산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민원에 따른 조치다.
26일 중앙일보는 문화재청을 인용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서울시의 세운지구 재정비 계획안에 대해 종묘 현황보고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서울시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가 유네스코에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들은 종묘 일대 경관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세운지구에 최고 200m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종묘 정전에서 바라볼 때 건축물 윗부분 120m가 눈에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포 장릉 앞 고층 아파트 사태와 유사하다.
학계는 유네스코의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과거에도 세계 유산 경관을 훼손하는 개발을 막은 사례가 있다. 2006년 런던 타워 인근 초고층 건물 신축 계획을 철회하게 했다. 유네스코는2004년 ‘세계유산 해상무역도시’로 지정된 리버풀도 항구 인근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2021년 지정을 취소했다.
서울시는 종묘 경관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운지구는 문화재 규제 지역 밖에 위치해 문화재 보존지역이 아니므로 허가가 필요없다는 것. 높이를 규제할 법적 기준도 없다.
그러나 2, 4구역은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영향권 범위에 들지 않아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는다. 4구역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높이가 규제됐다. 2구역도 종묘에서 바라보는 수목선 기준으로 높이가 제한된다. 나머지 구역들은 박원순 전 시장 때 제한했던 높이를 완화했다.
시는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에 이르는 상가 군을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녹지축 조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 땅들은 사유지로 매입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2009년에는 세운상가 앞 현대상가 한 동을 철거하는 데 2000억원을 사용했다. 총 8곳의 상가를 매입해 녹지축을 조성하는 데 1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시는 7곳의 상가 중 일부를 녹지로 지정해 매입할 방침이다. 소유주가 반대할 경우 강제수용할 예정이다.
다른 상가는 기부채납 받은 공원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녹지축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경우 상가 소유주들은 재개발 조합을 만들어서 새로 받은 땅에 건물을 지어야 한다.
세운 지구는 1967년 국내 최초 주상 복합 아파트 단지인 세운상가로 개발됐으며 1980년대 말 용산 전자 상가가 생기면서 주변지역이 급속히 쇠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슬럼화한 세운지구를 미국 뉴욕 맨해튼과 일본 도쿄 도심처럼 초고층 건물과 공원이 어우러진 첨단 업무 지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오세훈표 서울대개조 계획의 핵심 정책이다. 특히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21년 서울시가 1000억원을 들여 설치한 ‘공중 보행교’도 철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은 낡은 세운상가를 보존하겠다며 건물을 따라 공중 보행교를 지었다. 하루 1만3000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현재는 하루 2000여 명만 오가는 수준이다. 오세훈 시장은일 국정감사에서 이 공중 보행로를 가리켜 “(박 전 시장이) 대못질을 해 놓고 갔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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