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시장 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 AI 시장은 2018년 21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에서 내년 362억 달러(약 48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업 역시 독자적 기술에 AI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행보로 전 세계에 기술을 알리고 있다.
루닛은 해외 공략 행보가 눈에 띄는 기업으로 꼽힌다.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둘 만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1세대 의료 AI 기업인 루닛은 딥러닝 기반 AI 기술로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폐결핵·폐암·유방암 등을 진단한다. 핵심 기술은 AI 영상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AI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루닛 스코프’ 등이다.
루닛은 유럽과 아세안, 중화권 국가들과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AI를 활용한 첨단 의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최대 항구도시 가오슝에 있는 중산의대와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공급 계약을 맺었다. 중산의대는 과학·공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대만의 주요 연구중심대학이다. 국가 폐암 진단 연구 프로젝트에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대형병원 글렌이글스에는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공급하기로 했다. 글렌이글스 병원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병원 그룹인 ‘파크웨이 판타이(파크웨이그룹)’에 속한 의료기관이다. 파크웨이그룹은 말레이시아·홍콩·인도·중국 등에 중대형 규모 병원 20곳 이상을 운영 중이다. 루닛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중화권과 아세안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성이 큰 유럽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루닛은 이달 프랑스 최대 규모 원격영상의학 협동 네트워크인 텔레디악과 ‘루닛 인사이트 CXR’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텔레디악은 현재 600명 넘는 소속 영상의학 전문의가 연간 60만명 넘는 환자를 진단하고 있으며, 300개 이상 파트너 기관에 원격 진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특히 텔레디악은 이번 AI 솔루션 도입 과정에서 루닛 인사이트 CXR을 포함한 글로벌 3개사의 흉부 엑스레이 영상분석 설루션을 비교한 후 루닛 제품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닛이 기술 우수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앞서 포르투갈 비영리 단체 ‘포르투갈 암퇴치연맹(LPCC)’ 중부센터에도 AI 솔루션을 공급했다. LPCC는 현재 포르투갈 내 5개 지부를 운영 중이다. 이번에 루닛과 계약한 LPCC 중부센터는 앞으로 3년간 루닛 인사이트 MMG를 활용해 국영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을 연간 10만여 건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이자 글로벌 AI 트렌드를 이끌고 미국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루닛은 올해 초 3차원(3D) 유방단층촬영 영상을 AI를 통해 더욱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하는 신제품인 ‘루닛 인사이트 DBT’에 대한 미국 내 판매를 개시했다.
루닛 인사이트 DBT는 국내 3차원 유방암 검출 AI 설루션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제품이다. 허가 후 2개월 만에 미국 유방 전문 의료기관인 모자이크브레스트이미징(Mosaic Breast Imaging·MBI)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모자이크브레스트이미징은 루닛 인사이트 DBT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한층 정확한 유방 질환 진단을 제공하고, 의료진의 진단 효율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전략도 함께 추진 중이다. 루닛은 지난해 말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유방암 특화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현지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볼파라 인수는 오는 5월 완료될 예정이다. 루닛 관계자는 “볼파라가 구축하고 있는 폭넓은 영업 네트워크에 다양한 루닛 제품을 추가해 미국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루닛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 간 거래(B2B)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루닛은 2022년 시드니가 주도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의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BSNSW) 운영권을 단독 수주하며 B2G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국가 단위 암 검진사업에서 AI를 채택한 것은 호주가 처음이라고 회사 측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1500명 넘는 의료진을 보유한 스웨덴 최대 규모 민간병원인 카피오세인트괴란병원에 루닛 인사이트 MMG를 3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세인트괴란병원은 루닛 AI 루션을 활용해 유럽 국가 최초로 국가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루닛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헬스케어 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해 추진 중인 헬스케어 샌드박스에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참여했다. 현재 사우디 전역 국공립 가상병원에서 루닛 인사이트 CXR을 활용한 국가 암 검진·결핵 검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루닛은 ‘AI로 암 정복’을 미션으로 하는 의료 AI 기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암 조기 진단과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필수다. 루닛은 맞춤형 암 치료를 위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루닛 스코프는 AI로 암세포 조직을 분석해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세포·혈관·단백질·디옥시리보핵산(DNA)·리보핵산(RNA) 등 생화학적 지표를 활용하는 바이오마커와는 차별점이 있다.
루닛은 국내외 대형병원, 제약·바이오 기업 등과 신약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루닛은 루닛 스코프를 통해 조직 슬라이드 전체 영역을 빠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정상과 병리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함으로써 개별 환자에게 맞는 면역항암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다양한 암종으로 바이오마커 개발 분야를 넓히고 있다.
사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은 251억원으로 139억원을 기록한 2022년 대비 81%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213억원으로 전체 중 85%에 달한다. 주력하는 B2B 사업의 폭발적 성장과 루닛 스코프 신규 매출 창출, B2G 사업 확대가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최근 5년간 루닛 연평균 성장률이 235%에 이를 정도로 해마다 폭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의료 AI 산업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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