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적 베드타운인 계양을은 이번 4월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구가 됐다.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현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대선주자급 정치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전장을 내밀며 이른바 ‘명룡대전’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계양을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민주당 소속이던 시절 5선에 성공한 곳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다. 다만 이 대표는 지원 유세 등 전국 단위 선거운동에 나서야 해서 지역구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원 전 장관은 지역 구석구석을 훑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으로 표심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원 전 장관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방치한 인천 계양을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통·주거·문화·교육 등 계양의 혁신적 발전을 위한 맞춤형 공약을 준비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계양은 안 오고 서초동만 찾던데, 나는 새벽부터 밤까지 계양에서 계양 주민들과 호흡하며 계양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고 차별화에 나섰다.
원 전 장관은 주요 공약으로 △서울 지하철 2·9호선 연장을 통한 인천 계양을 지역 교통망 확충 △아파트 재개발 추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교육특구 지정 추진 등을 제시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을 박촌역을 거쳐 인천 1호선과 연장하고, 서울 2호선(대장·홍대선)은 서운역~작전역·효성역을 거쳐 가정역에서 인천 2호선과 연결하겠다는 게 원 전 장관의 구상이다.
원 전 장관은 “저는 두 차례 제주도지사를 역임한 행정 경험, 3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입법 경험까지 있다”며 “정직하게 일해 열심히 사는 계양 주민들이 ‘발전된 계양’을 누리실 수 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출신 이천수 후원회장과 함께 골목을 누비며 표심을 공략했다.
원 전 장관의 적극적인 공세에 지역 표심도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다. 계양구에 거주 중인 장수현씨(20대 ·남자)는 “청년 정책을 보고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가 없어서 난감하다”고 했다.
20년 넘게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만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계양구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A씨(70대·남성)는 “송영길이 오래 해 먹고 이재명이 왔어도 달라진 게 없어 화가 난다”며 “한국정치 자체에 환멸이 날 지경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원희룡을 뽑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날 지역구가 아닌 경남 일대 ‘낙동강 벨트’를 찾아 4·10 총선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대신 인터뷰에 응한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국정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실정을 꼬집고 “지난 2년간 경제폭망 정권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절망을 호소하고 계신다”며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필승의 각오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십과 실천으로 이뤄낸 성과, 추진력 부분에 있어서는 원희룡 후보보다 (이 대표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와 원 후보가 그간 어떤 선의를 갖고 국민을 위해 봉사를 했는지를 유권자들께서 냉정하게 평가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원 전 장관에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것도 호재다. 다만 정작 표를 행사할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다소 싸늘했다.
계산역 근처 한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만난 이모씨(60대·여성)는 “계양과 별 연고도 없는 두 후보가 최근 정쟁에만 몰두하는데 전혀 주민들을 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실망이다”라고 일침했다.
이 대표의 선거 캠프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박모씨(20대·여성)는 “이재명 후보는 인천보다는 다른 지역에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며 “원 후보는 본인이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 있게 본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이천수를 데리고 다니며 마치 연예인 같은 태도를 보이는 거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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