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무수익여신 3조 육박
한 해 동안에만 5000억 증가
4조 넘게 털어도 쌓이는 부실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는 이른바 ‘깡통 대출’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하는 탓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돼 한계에 내몰리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75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0%(4755억원)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과 이자 미계상 여신의 합계를 말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이 74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6%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하나은행은 8678억원으로 33.1%, 우리은행은 5289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신한은행만 6060억원으로 4.2% 감소했다.
지방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498억원으로 전년보다 15.9%(850억원) 증가했다. 광주은행이 1135억원으로 74.9%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은행(2300억원·44.2%) ▲전북은행(1127억원·33.1%) ▲경남은행(1175억원·4.5%) ▲대구은행(2322억원·3.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의 보유 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이 확대된 배경엔 고금리와 이에 따른 경기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후 같은 해 2월부터 9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올 1월 가계와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각각 연 4.68%, 연 5.22%를 기록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8월(가계대출 연 3.10%·기업대출 연 2.78%)보다 각각 1.58%포인트(p), 2.44%p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은행들이 연말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확대했는데도 무수익여신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누적 상·매각 규모는 4조20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1.7% 늘었다. 5개 지방은행도 1조325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93.6%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손실(상각) 처리하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하며 건전성을 관리한다.
이 같은 상황 속 은행들은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하며 부실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조3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나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부담이 커졌고 부진한 경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차주들의 신용 리스크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보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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