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제골에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 1-1 무승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인 한국이 101위 태국을 상대로 안방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이 4월 발표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호주에 역전당할 가능성도 커졌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길이 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말 그대로 ‘비상’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무전술 논란과 ‘탁구 게이트’가 각각 경질과 사과로 매듭을 지었지만, 한국 축구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홈에서 태국을 상대로 좋지 못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4차전은 체감온도 35도의 찜통 속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우여곡절 끝 월드컵 2차 예선이 끝나도 3차 예선에서 내노라하는 아시아의 강호들과 맞붙을 가능성도 생겼다. 경우에 따라선 한국과 일본, 혹은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엮일 수도 있다.
겹겹이 악재를 맞은 황선홍호.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현재 대표팀이 놓인 위기가 무엇인지, 4차전 태국을 상대로 어떤 점을 채워야할지 살펴본다.
3차 예선을 일본, 이란, 호주 중 한 팀과?…경우의 수 피하려면
월드컵 3차 예선은 18개 진출국이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한다. 유리한 조 편성을 받으려면 조 추첨에서 1번 포트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FIFA 랭킹에서 아시아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중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순위다. 하지만 호주가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2-0 완승을 하면서 한국을 제칠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한국의 FIFA 랭킹포인트는 1566.21점, 호주는 1554.82점이다. FIFA 랭킹 산정 방식에 따라 태국과 1차전 무승부 결과를 반영하면 한국은 7.47점을 빼앗겨 1558.74점이 된다. FIFA 랭킹은 24위로 두 계단 내려앉는다. 반대로 호주는 4.62점이 더해져 1559.44점이 된다. 23위를 지키며 한국을 앞선다.
만약 한국이 아시아 4위로 조 추첨을 맞이한다면, 9월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일본,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반드시 한 조로 묶인다. 한국이 3차 예선 조 추첨에서 1번 포트에 들어가려면 6월 싱가포르, 중국과 치르는 5~6차전에서 반드시 전승을 거둬야 한다. 그래야 다시 호주를 제치고 아시아 3위가 될 수 있다.
한국은 결코 ‘2차 예선 통과’에 만족해선 안 된다. 우선 26일 태국과의 원정 4차전이 고비다. 이번 3차전은 원정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일본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의 태국은 단단한 조직력과 역습으로 한국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한국은 태국의 압박에 우왕좌왕하며 선제골 득점에도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태국과 3차전서 ‘허점’ 드러낸 대표팀
대표팀은 최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일어난 ‘탁구 게이트’와 우승 실패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 봉합과 사과,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과 선수들의 단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럼에도 태국과 3차전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
황선홍호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3차전에서 태국과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42분 이재성 컷백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먼저 웃었다. 손흥민의 A매치 124번째 경기이자 45호 골이다.
하극상으로 비판받던 이강인은 후반에 교체로 나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역대 최고령(33세 343일)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공격수 주민규(울산)도 탄탄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매끄러운 연계 플레이를 보여줬다.
우려와 달리 매끄러운 호흡을 보여줬으나 추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되레 허점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과 달리 태국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득점을 뽑아냈다. 후반 17분 교체 투입한 수파낫 무에안타가 낮게 깔린 크로스를 밀어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현재 한국은 조 1위(2승 1무, 9득 1실, +8, 승점 7), 태국은 2위(1승 1무 1패, 5득 4실, +1, 승점 4)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이번 4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다음 라운드 진출 유력하다는데…변수 “매섭다”
한국의 다음 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현재 조 순위는 2위 태국, 3위 중국(골 득실2, 승점 4), 4위 싱가포르(골 득실7, 승점 1) 순이다. 한국이 이번 태국 원정에서 승리하면 3차 예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는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바로 원정, 날씨 두 가지다. 대표팀은 태국과 역대 전적에서 30승 8무 8패로 앞서고 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패한 건 26년 전이다. 당시 대표팀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태국을 만나 연장 끝 1-2로 졌다.
하지만 8패는 모두 원정(방콕 7경기·쿠알라룸푸르 1경기)에서 당했다. 이번 4차전 경기장도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이 태국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패배한 곳이 이번에 대결을 펼치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이다.
또한 원정 경기인 만큼 현지 팬들의 열기도 뜨겁다. 한국-태국의 4차전 티켓은 이미 매진돼 약 5만 명이 경기장에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태국 선수들은 3차전에서 선제골 실점 뒤 만회골을 터뜨려 무승부를 끌어냈다. 이번 경기는 자신들의 홈 경기장에서 치르는 만큼 더 큰 자신감으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날씨도 문제다. 24일 대표팀이 훈련을 시작한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방콕 기온은 31도였다. 습도는 70%에 가까웠다. 경기가 열리는 26일 저녁 온도는 섭씨 30도 초반, 습도는 70~80% 수준으로 예상된다. 선수들은 사실상 체감 온도가 35도를 웃도는 환경에서 90분 동안 땀을 흘려야 한다.
‘선수 기용·이강인·정신 무장’ 3차전 문제점 살펴보니
대표팀 내부 문제도 남아있다. 대표팀은 3차전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중 하나가 선수단의 위치 조정 문제다. 먼저 황 감독은 황인범(즈베즈다)과 백승호(버밍엄)를 3선에 배치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문제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이다. 두 선수 모두 중앙에서 볼배급을 맡길 때 장점을 발휘하는 미드필더들이다. 백승호와 황인범이 상대의 압박에 전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백승호와 황인범은 이날 턴오버를 각각 10회, 24회를 기록하며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다.
오른발잡이 윙어 정우영(슈투트가르트)를 왼쪽 측면이 아닌 오른쪽에 배치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정우영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주로 왼쪽 측면에서 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주민규가 최전방에서 등지면서 손흥민과 이재성을 풀어준 것은 수확이다. 하지만 황 감독은 후반 28분 키패스 3회 등을 기록하는 등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간 이재성을 조규성과 교체했다. 전방에서 잘 버텨주던 주민규도 후반 17분 홍현석과 교체했다. 황 감독의 아쉬운 용병술이 보인 순간이다.
지표만 보면 ‘압도’, 실상은 심각…이강인 카드는 어쩌나
한국은 안방에서 6만 관중의 응원을 받으며 치른 태국과의 3차전에서 점유율 78.5%, 슈팅 25회, 유효 슈팅 8회를 기록했다. 지표로만 본다면 태국을 압도했다. 하지만 득점은 단 한 골이었다. 슈팅 7개는 골문은 벗어났고, 상대에 막힌 슈팅은 10개에 달했다. 득첨 찬스는 무려 5회에 달했다.
답답한 경기력이었다. 물론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이 급하게 이뤄진 만큼, 대표팀을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이 많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선수 명단은 아시안컵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재성, 황인범, 조현우, 김민재 등 오랜 기간 발을 맞춰온 주요 선수들이 3차전에서 모두 출전했다.
쉽지 않은 태국 원정길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 한다. 특히 ‘돌격대장’ 역할을 도맡던 황희찬이 부상으로 낙마해 부재가 큰 상황이다. 이에 이강인의 중용이 중요해졌다. 이강인은 3차전에서 피로 문제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 후반 교체로 출전해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강인은 26분만 소화하며 키패스 3회를 기록하는 등 답답한 경기력을 스스로 풀었다. 여러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와 창의적인 패스, 탈압박 드리블로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3차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체력을 회복한 이강인은 4차전에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신무장 완료’ 대표팀, 4차전 승리로 장식할까
대표팀의 정신 무장도 중요 요소다. 홈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둔 만큼, 선수단이 절대 지지 않는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황 감독은 태국과 홈 경기를 마치고 “상대 장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라며 “이번 경기 결과가 안 좋다면 우리의 노력이 퇴색된다. 더 의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홈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장 좋았던 건 선수들이 정말 뭉쳐서 뭔가 한 번이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오늘 경기에서 얻어낼 수 있었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었다”라며 “분명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선수들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호연은 24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결정력에 대한 부분, 저희가 기회가 왔을 때 찾아온 것들에 관해 결정을 짓고”라며 “이제 두 번째 경기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결과까지 같이 챙겨올 수 있는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고 전했다.
대표팀에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21일 저녁 3차전을 치르고 22일 바로 태국으로 출국한 만큼, 달라진 경기력과 전술적인 변화를 선보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해 축구 팬들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