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지난해부터 미국·일본 증시 종목을 장바구니 담았던 투자자들의 만면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다만 가격이 천장을 뚫고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계속 투자를 이어가도 될지 의구심도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과 일본 증시의 ‘우상향’이 이어질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점차 커지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 상향,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등에 힘입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비디아나 등 AI 반도체 하드웨어 종목을 비롯, AI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종목들의 성장 폭이 클 거란 전망도 나왔다.
24일 본지가 국내 증권가 투자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미국과 일본 증시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에 모두 동의했다.
과거 주가 평균 상승률에 비춰봤을때 S&P500 지수나 나스닥 지수가 올해 추가 상승할 여력이 남았다는 전망이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 자산배분 본부장(상무) S&P500 지수가 현재 5200대에서 5400에서 5600, 나스닥은 현재 1만6000대에서 1만8000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 본부장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평균적으로 12% 상승 했는데 1분기 현재 8% 이상 상승해서 단기적으로는 좀 쉬어가는 장이 나올 수는 있지만 추가로 더 상승할 수도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사이클이 앞으로 최소 2년 반에서 길게는 4년 가까이 상승 주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만큼 실적 상승세가 주가의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이남광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보면 주식 같은 경우 할인율 측면에서는 조금 부정적이긴 한데 성장률을 굉장히 크게 상향 조정 했다. 기업들의 어닝이 더 좋아질 수 있다라는 기대감에서 단기적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다만 연준의 전망대로 흘러가지 않고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고 하면 2분기 끝에는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기관투자자들의 핵심메시지는 ‘ABC(anything but china·중국 빼고 뭐든)’였다. 중국 대신 아시아 어디에 돈을 쓸지를 고민하다 더 매력적인 일본으로 자금이 많이 가게 된 것”이라며 “일본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수요 공급 분해를 해보면 수요가 굉장히 세고, 경기가 좋아지는걸 반영하는 금리인상이라면 시장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팀장)은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서 유일하다시피 경제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축통화국인데다가 재정 적자를 꽤 많이 내면서도 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 돈이 모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칩 투자로 가면서 경제가 좋아진 것이다. 인공지능(AI) 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나라다보니 미래 성장 기대감이 반영되서 미 증시가 올라가는 것이다. 미국을 대체할 다른 대항마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증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진행했지만 잃어버린 20년의 악순환 끊고 임금이 오르기 시작한 단계라 전망도 밝다”며 “내부적으로도 경제가 좋은 상황이고 외부적으로 반도체 수요 높아지는 시점에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측면에서 일본을 대체할 국가가 없다는 것도 긍정 요인이다.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속에서도 주가가 치솟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위험 요인으로는 주가가 많이 오른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은 점이 꼽혔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증시 자체의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게 가장 큰 위험 요인일 것이다. 주가가 많이 올라 있어 여기서 탄력을 받기에는 아주 밝은 재료가 필요하다”며 “가만 미국도 크레딧 카드 연체율도 올라가는 등 신용경색적인 부분, 부채 조정의 어려움 이런 것들에서 뭔가 트리거가 발생하기에는 너무 경기가 아직 괜찮아서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 둔화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기가 만약에 예상보다 조금 더 안 좋은 쪽으로 기운다면 미국도 중국 경제 둔화의 부매랑 조금씩 데미지를 입을 것 같다”며 “최근 테슬라나 애플의 실적이라든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더 확산되거나 미국의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정도면 미국 혼자서만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지정학적 리스크나,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주시해야 한다. 매크로 리스크가 아예 없다고 단언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런 리스크들이 완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최근 FOMC도 매크로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긍정 요인으로 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또 AI 산업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거란 점도 언급됐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지난해 인하 전망이 엇갈렸다가 올해에는 내려간다는 데에서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가져도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위험자산에 투자해도 되는 구간인 ‘리스크 온(risk on)’ 유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배경”이라며 “다른 하나의 동력은 AI 산업의 가시적 출연이다. AI발 수요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투자자들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과 일본에서 대거 장바구니에 담은 AI, 반도체, 미국채 헤지 ETF 등 상품들에 대한 매수 여력이 여전한지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관점을 나타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상반기까지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요인은 있다. AI 적용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까 AI 관련주는 상반기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반도체 투자는 올해보다 내년에 확대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오히려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AI 관련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관련 주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하드웨어만 집중된 상품보다 소프트웨어까지 같이 들어간 상품을 추천한다. 미국 ETF로 보면 나스닥 자체에 투자하는 QQQ나 IT 섹터에 투자하는 XLK 등이다. 국내에서 나스닥에 투자하는 ETF를 사도 된다”며 “엔비디아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가 낫다. AI 설비투자 사이클 끝나면 AI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이 주목받을텐데 그때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AI 사이클이 엄청난 가속화와 시대의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사이클의 속도가 1995년, 2000년 사이클보다 더 강하고 세게 들어올 것”이라며 “AI 인프라를 깔고 있는 가장 선두 주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타이밍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군인 금 상품 투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승현 ETF컨설팅담당은 “최근 단기에 오른 측면은 있다. 결국 안전자산이므로 최대 비중을 10~15%로 보고 가격 움직임에 따라 조정하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금뿐 아니라 주가, 채권, 주식 등의 흐름이 모두 좋은 ‘에브리씽랠리’는 사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근데 금리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 금 가격도 좋은 것”이라며 “위험자산이 굉장히 강한 흐름을 가져가고 있기에 금값 상승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급하게 빠질 요인이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전 고점을 뚫고 갈 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욱·윤혜원·김효숙·정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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