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중소형사 주총서 대형사 CEO 출신 선임 예정
높은 업권 이해도에도 소송 이슈·이해충돌 논란
긍정적 의견 속 거수기 역할 우려 목소리도 ‘상반’
이달 증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SK증권과 DB금융투자 등 두 중소형 증권사들이 사외이사 선임 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두 인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 것인데 통과가 유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의 경험으로 높은 경제적 식견과 업권에 대한 이해도가 강점이지만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역할이 매년 주총의 단골 메뉴로 나오고 있는터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증권은 25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개최되는 제 70기 정기주총에서 지난해 실적 재무제표 승인, 사내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의결한다.
이번 주총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회사측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당시 다양한 경험과 식견이 회사의 성장, 발전 및 내부통제 시스템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도 공시를 통해 “주주 및 금융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업무 수행을 실천하겠다”고 직무수행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KB증권 대표이사 시절 발생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 정지 3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상태여서 이번 사외이사 선임에 이목이 쏠린다.
박 후보자가 금융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주총서 사외이사로 선임되더라도 향후 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회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되는데 일단 박 후보자가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금융위의 처분 효력은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기된 상태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가 확정되면 이에 따라 사외이사 자격 유무가 결정되는 상황으로 회사의 지분 구조상 이날 주총에서 선임 안건은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다음날 열리는 DB금융투자 정기주총에서는 황영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다. 황영기 후보는 삼성증권 대표이사,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을 지낸 바 있다.
회사측은 “사외이사로서의 역할과 함께 원활한 대관 업무를 수행하며 DB금융투자의 투자자 보호 및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 황 후보자도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투자자 보호 및 건전성 제고 등 회사의 중요 경영 사항에 대해 객관적 시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DB금융투자의 황영기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이해 충돌을 우려해 반대를 권고했다. 현재 황 후보자가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비상임이사도 맡고 있는데 증권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자산운용사는 은행ㆍ증권사 등의 금융회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거래 관계가 있거나 동종업계의 임원을 겸직하는 등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는 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지분 구조상 황 후보자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경제와 증권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들이 사외이사로 회사의 경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경영진에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성격상 좋은 제언 보다는 거수기 역할만 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 대형 증권사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미래에셋·NH투자·삼성·하나·키움·대신증권 등 6곳의 사외이사 30명가량이 한 해 10여 차례 열리는 이사회의 중요 의결사항에 대해 단 하나의 반대표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창구가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사회와 이사가 주주들의 이익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이상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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