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가 현장을 방문한 후 차관도 방문에 나섰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1일 충남 천안 소재 오이 재배농가와 지역 농협을 찾아 채소 작황과 출하·가격 동향을 살폈고 이튿날에도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물가 관리를 주관하는 기재부뿐만 아니라 일선 부처들에서도 현장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사과·배 생육관리 실태 점검에 나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CJ제일제당(19일), 피자알볼로(20일), 소비자단체(21일), 서울 노원구 세이브존(24일) 등을 찾았다.
수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21일 부산 민락어민활어위판장을 찾아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현장을 살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날 대형마트를 찾아 물가 점검에 나섰다.
공정 당국도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일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대형 제당 3개 업체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물가가 오르자 정부 압박에 업계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인하에 나섰던 모습과 판박이다. 1년 전 생수 가격 인상을 계획하던 풀무원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등 주요 식품가격들이 라면과 과자 가격 인하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밀가루 등 가격이 내렸다고 해도 식품 업계에서 가격 인하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인하한 밀가루는 일반 소비자(B2C)용 밀가루다. 업계가 사용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라며 “주요 제품에는 밀가루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되고 환율, 유가, 물류비 등도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물가 통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시장 물가를 무시한 채 이른바 ‘관치 경제’로 물가 억누르기에 나서면 단기적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추후 더 큰 폭으로 뛰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은행 통화정책 차원에서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가 상황에 대해 오판해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오히려 물가 재상승 위험을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올랐다. 지난달 또다시 전월 대비 31.9%나 치솟은 귤값이 생산자물가지수를 석 달 연속 밀어 올린 것이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통상적으로 한두 달 뒤 소비자물가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물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총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가격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가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더 큰 문제는 기업의 팔을 비트는 관치 경제가 만성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관치 경제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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