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조용일·이성재, 어린이보험 수익성 개선 부심 [IFRS17 발 보험사 선두 경쟁 ③]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IFRS17 도입 이후 견고하던 생보 빅3, 손보 빅4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삼성생명은 GA 중점 전략을 쓴 한화생명에 설계사 규모, 매출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교보생명을 추월해 ‘생보 빅4’라는 말이, 손보는 손보 빅4에서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3강 구도 이야기까지 나온다. 시장구도를 흔들고 있는 생보사, 손보사들의 선두 경쟁 양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KB손해보험 작년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현대해상은 효자 어린이 보험이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되면서 DB손보, 메리츠화재에 밀려났다. IFRS17에서 DB손보와 메리츠화재 간 2등 경쟁에 이어 1등을 외치는 KB손보가 현대해상을 따라잡을 지도 IFRS17 관전 포인트가 됐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 작년 순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7763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 연결 기준 순익으로는 75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1% 증가했다.
반면 현대해상은 전년동기대비 37.1% 감소한 8057억원을 기록했다. KB손보가 현대해상을 따라잡는 모양새가 됐다.
KB손보는 최근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했다. 손보사 주력 판매처는 GA다. GA 판매를 높이려면 설계사가 잘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KB손보는 어린이보험부터 유병자보험까지 상품 담보를 다양화했다.
KB손보는 ‘KB 오! 슬기로운 간편보험’, ‘KB 간편건강보험과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 등의 유병자보험 상품에 ‘상해·질병 3~100% 후유장해’를 간편고지 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게 했다.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 공급장치) 치료비’ 보장을 추가해 심장 이식 대기상태의 보장 공백을 해소했다. 작년 8월에는 원발암까지 보장하는 ‘KB 9회 주는 암보험’을 출시했다.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작년 말 GA 채널에서 손보 빅5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과거 손해율 악화로 판매를 줄였던 어린이보험 판매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KB손해보험은 전신 LIG손해보험 당시 어린이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해왔다. KB금융지주에 인수되기 전 2015년까지 어린이보험 시장점유율이 당시 30% 수준으로 현대해상 다음으로 어린이보험 비중이 높았다.
당시 LIG손해보험 ‘LIG희망플러스자녀보험’은 연 7만건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해당 상품은 세만기에 손해율이 높은 담보가 많아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LIG희망플러스자녀보험’은 당시 기존 어린이보험에서 가입이 거절됐던 다태아 혹은 인공수정에 의한 임신, 시험관 시술을 포함한 인공수정에 의한 임신까지 보장하는 ‘완소아이플랜’을 탑재하고 있었다.
아동기 유치(젖니)까지 보장하는 ‘키즈덴탈 보장’도 탑재하고 있었다. ‘키즈덴탈’은 치아보험은 리스크가 큰 상품으로 보험사들이 판매하기 까다로운 상품으로 꼽힌다. 치아보험을 전략적으로 내놨다가 손해율이 급증해 판매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수익성 악화 주범이던 어린이 보험이 IFRS17에 오면서는 KB손보 전략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김기환닫기김기환기사 모아보기 대표는 어린이 보험을 확대했다. 어린이 보험은 보험계약마진(CSM)이 높을 뿐 아니라 미래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KB손보가 출시한 ‘KB금쪽같은 자녀보험 Plus’은 당시 오은영 박사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현대해상 어린이보험 존재감을 누르기도 했다. 2020년에 82억 수준이던 어린이보험 실적은 2021년 123억원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KB손보 작년 원수보험료 12조7005억원에서 장기보험 비중은 8조5655억원으로 가장 높다.
상품 라인업 재편은 보험 손익으로 이어졌다. KB손보 작년 보험손익은 8329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나왔다. 현대해상 보험손익(5264억원)보다도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KB손보 세만기를 연만기로 바꾸는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건전성도 높아졌다.
KB손보는 구 LIG손해보험이 KB금융지주레 인수된 이후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LIG손해보험은 세만기 상품 비중이 높았다. 세만기는 80세, 100세 등 나이가 만기 기준으로 정해지는 상품이다. 고령화로 수명이 높아지면서 보장성 세만기 상품은 보장기간이 길어져 리스크가 커지게 되는 구조다.
당시에는 세만기 상품이 고객에게 인기가 높아 연만기로 변경하면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 KB금융지주 편입 후 시장점유율보다 ALM관리 등에 초점을 맞췄다.
KB손보는 순익 면에서는 성장하고 있지만 CSM, 원수보험료에서는 DB손해보험, 현대해상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KB손보 CSM은 8조5129억원, 원수보험료는 12조7005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 CSM은 12조원대, 현대해상은 9조7685억원이다. 메리츠화재는 KB손보보다 높은 10조원대다.
현대해상은 전통 어린이보험 강자로 불린다. 어린이보험 점유율은 40% 넘을 정도로 이미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태아보험은 사실상 현대해상이 90% 이상으로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어린이보험=현대해상’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KB손보가 최근 많이 치고 올라왔지만 여전히 ‘전통 강자’ 현대해상이 많이 팔리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CSM이 높고 잠재 고객 확보 효과가 있다.
IFRS17 도입 후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현대해상에 어린이보험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마스크 해제 후 호흡기 질환 등이 늘어나며 보험금 지급 사유가 높아졌다. 실제로 현대해상이 지금한 보험금 규모가 예상 대비보다 크게 늘어났다. 현대해상 어린이보험은 실손보험과 같이 엮여있는 경우가 많아 타격이 크다. 호흡기 질환 증가로 예실차로 마이너스 단위로 커지면서 수익성도 떨어졌다. 현대해상 작년 예실차는 -205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과거에 팔았던 어린이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이 10년 이상된 어린이 보험이 손해율이 높은 상황이라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은 가입 후 10년까지는 효자 상품이지만 10년 이후에는 손해율이 높아진다”라며 “현대해상이 과거에 판매한 어린이보험들이 현 시점이 10년이 된 계약들로 리스크가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듀레이션 미스매칭을 회복하는게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다른 손보사들은 듀레이션이 길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듀레이션이 2~30년 장기인 경우가 많이 듀레이션 미스매칭이 커져 부채 듀레이션 손익 부담이 크다”라며 “다른 손보사와 비교하면 DB손보는 운전자 보험을 많이 판매하면서 듀레이션이 길지 않다. KB손보가 어린이보험과 새 만기상품을 팔아 손해율이 높았지만 연만기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작년 신계약CSM 부분에서는 KB손보가 현대해상을 앞질렀다. 기말 CSM은 현대해상이 9조786억원으로 KB손보(8조5129억원)보다 높지만 신계약CSM에서는 KB손보 신계약CSM이 1조8369억원으로 1조6792억원인 현대해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GA채널에서도 최근 ‘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 순으로 실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격차가 여전한 만큼 KB손보가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작년 현대해상 장기보험수익은 6조9248억원, KB손보는 5조3049억원이다. 전체 보험 수익은 현대해상이 13조1252억원, KB손보는 9조3619억원이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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