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불황에도 올 들어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마트에서는 한 푼이라도 싼 과일을 사려는 오픈런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명품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고강도 ‘물가 관리망’ 밖에 있는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연초부터 줄줄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004170)∙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올해 1, 2월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증가했다. 롯데는 10 10%, 신세계는 8%, 현대는 12% 늘어났다. 2022년 1, 2월 대비 2023년 같은 기간 명품 매출 신장률이 롯데 5%, 신세계 4%, 현대 6%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도 2배로 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루이비통 등이 가격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잔뜩 움츠러들었던 명품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매출이 늘어났다”며 “엔데믹으로 지난해 유럽에서의 명품 구매가 늘자 해외 공급량을 줄였던 브랜드가 다시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는 점도 국내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3~4월 가격 인상 소식을 접한 소비자가 미리 제품을 구매한 것도 1, 2월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어나자 명품 업계는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샤넬이 오는 27일부터 주요 핸드백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명품 바이어는 “샤넬은 보통 공문을 통해 가격 인상 소식을 알리지는 않는데 원자재 및 인건비 증가, 환율 상승, 고물가 상황 등을 반영해 조만간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샤넬은 지난해는 두 차례, 2022년의 경우 무려 네 차례에 걸쳐 가방 가격을 올렸다. 최근 2년 간 수 차례의 가격 인상으로 현재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 스몰 사이즈는 1390만 원, 미디움은 1450만 원, 라지는 1570만 원이다.
앞서 루이비통이 네오노에BB 등 일부 핸드백 제품의 가격을 올렸고 에르메스 역시 1월 주요 인기 제품 가격을 10~15% 올린바 있다. 이번에 샤넬까지 합세하면 명품 3대장 ‘에루샤’가 모두 올들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가격 인상 행렬에는 에르메스의 라이벌로 불리는 모이나도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이나는 4월 1일부터 국내에 판매되는 일부 제품의 가격을 4~16% 인상한다. 듀오BB의 경우 224만 원에서 260만 원으로 오를 것으로 전해진다. 모이나는 루이비통의 LVMH 그룹 계열사다.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쇼파드는 이달 4일 아이스큐브를 포함해 주얼리 전 제품 가격을 13% 올렸다. 부쉐론은 7~10%, 디올은 12%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가 이처럼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및 인건비 등의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한국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명분도 내세운다.
이에 더해 가격을 올려도 수요는 줄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인상으로 풀이된다. 주요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명품의 경우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제품이 덜 나가거나 하지 않는다”며 “최근 수년 간 예외 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그때마다 매출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올렸던 업체도 추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