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 아우디 CTO 잇단 경질
투자 규모 큰데 단기간 성과 어려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테슬라가 불러온 ‘휴대폰 같은 자동차’로의 도약을 꿈꾸며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목표를 설정했지만, 예상보다 성과가 나지 않자 책임을 물게 된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의 소프트웨어 등 기술 부문 전반을 책임지던 올리버 호프만 CTO는 최근 아우디 AG의 포뮬러1 프로젝트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21년 아우디 CTO로 임명된지 3년 만이다.
호프만 CTO의 보직 이동은 사실상 경질 통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게르놋 될너(Gernot Döllner) 아우디AG 최고경영자(CEO)는 아우디 소프트웨어 관련 개발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호프만 CTO를 탐탁지 않게 여겨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GM(제너럴모터스)의 소프트웨어 조직 역시 수장이 물러났다. 마이크 애벗 GM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담당 부사장은 GM에 합류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달 초 사임했다. 애벗 부사장은 전직 애플 임원으로, GM의 소프트웨어 개발 전체를 책임져왔다.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알려졌으나, 일각에선 GM의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관련 계획 차질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GM은 지난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미뤘고, 산하 자율주행 업체인 크루즈는 인력을 대규모 감원하면서 사실상 로보택시 포기 수순에 들어갔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을 줄창 외쳐왔던 현대차·기아도 지난해 말 6개월 된 연구개발 수장을 과감히 쳐냈다. 현대차·기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책임지던 김용화 CTO를 돌연 고문으로 위촉하면서다.
업계에서는 6개월만에 CTO를 쳐내고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 혼선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신년사에서 “”품질은 결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SDV전환을 전개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품질을 모두 다 같이 잡아야한다. 소프트웨어에서 다소 뒤쳐지는 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소프트웨어 수장들이 줄줄이 물러난 바탕에는 소프트웨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목표치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DV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많은 업체들이 지난해 출시를 목표로 했던 레벨3(특정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차량이 돌발 상황 및 주변 사물들을 모두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단계) 자율주행 차량은 결국 한대도 출시되지 못하고 일정이 밀렸다.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해 신차출시가 지연되기도 한다. 폭스바겐그룹은 소프트웨어 개발 차질로 아우디 Q6 e-트론과 포르셰 마칸 일렉트릭의 출시를 늦췄고, 볼보 역시 소프트웨어 문제로 대형 전기 SUV EX90의 양산 일정을 미뤘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기술 고도화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선보였다가 문제가 불거질 경우 투자 및 미래 방향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기술 출시 시점에 대한 고민도 컸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기술 개발이 다 됐다 하더라도 출시 시점이 미뤄지면 회사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고 판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앞으로 자동차업체에서 소프트웨어 담당 수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까지 기술 고도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수익성을 기대할 수는 없어도, 향후 핵심 경쟁력이 돼줄 것은 분명하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업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분리 개발이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전체적인 개발 속도가 늦어지긴 했어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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