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건조기·TV 등 가전 주도권 경쟁 치열
경쟁 구도가 가전 사업 발전으로 이어진 점은 긍정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 속에서 TV와 가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24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의 최근 전쟁은 ‘일체형 세탁·건조기’로 재시작됐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두고 쓰던 소비자의 불편함을 고려해 두 기능을 합친 제품이 올해 처음으로 출시됐다.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월 15일 ‘비스포크 AI 건조기’ 기능 강점을 소개하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출시 소식을 알렸다. 이후 1주일 간격으로 제품 관련 자료를 배포하며 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기에 열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가전 사업을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예년보다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직접적으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를 겨냥했다. 13일 자사 제품을 소개하면서 “국내에 판매 중인 동종 세탁건조기의 건조 소비전력이 1000W를 훌쩍 넘는 것과 달리 트롬 워시콤보의 건조 소비전력은 570W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는 “순간 최대 전력을 표기한 것이고, 실제 사용 시엔 삼성전자 제품의 소비 전력이 더 낮다”고 반박했다.
세탁건조기뿐만이 아니다. 두 기업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점유율을 놓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13일 열린 TV 신제품 론칭 기념행사에서 “77인치 이상 초대형(OLED)에서는 이미 경쟁사(LG전자) 점유율을 넘어섰다”고 한 말이 발단이 됐다.
이 소식을 접한 LG전자는 “삼성전자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며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77형 이상 OLED TV의 경우 출하량 기준으로 LG전자가 75.1%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1%로 2위다.
두 기업의 전쟁과 같은 싸움은 수차례 벌어졌다. 2011년에는 자사 3D TV가 더 우수하다며 비방광고까지 불사한 육박전을 벌이기도 했고, 2012년엔 삼성은 자사의 OLED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를 고발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누구 냉장고가 더욱 크냐’는 도발적인 상호비방을 펼치기도 했다.
2014년엔 ‘세탁기 전쟁’이 벌어졌다.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 파손했다고 삼성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LG는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2019년엔 TV OLED 기술을 두고 서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두 기업의 격전은 진흙탕 싸움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경쟁 구도가 현재 가전 업계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다 보니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두 기업이 경쟁을 통해 가전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전한 경쟁을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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