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에 \’하이브리드차(HEV)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차 못지않은 친환경성을 지녔으면서도 충전의 불편이 없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제조사들은 기존 차량에 HEV 라인업을 확대하고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신차를 준비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에 HEV 버전을 추가했다. \’HEV=작고 가볍다\’는 공식을 깨고 대형 승합차에 이를 적용한 것이다. 신차는 1.6터보 엔진을 넣고 안전·편의 사양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5인승 17인치 기준 공인복합연비가 중형 세단 수준인 13km/L까지 올라간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고객들이 HEV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닫고 라인업을 꾸준히 늘려왔다. 특히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쏘렌토와 미니밴 카니발의 HEV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더욱 공격적으로 대형 차종에 해당 시스템을 적용해나가고 있다.
기아 카니발의 올해 1~2월 판매는 1만5038대다. 이 중 절반 이상인 8237대는 HEV 모델이었다. 쏘렌토의 경우 같은 기간 팔린 1만7955대 중 1만3256대(74%)가 HEV였다. 싼타페(1만5420대)이 HEV 판매 비중도 65%(1만대)에 이른다. 승용 모델인 그랜저(4180대), K5(2140대), K8(2549대) 등도 선전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HEV 신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체적으로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중형 SUV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크기가 더 큰 \’오로라 2\’까지 HEV로 개발해 출시한다.
르노코리아는 이와 관련 최근 부산시와 미래차 설비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3년간 1180억원을 넣어 HEV 등 생산 준비를 한다는 게 골자다. 여건이 될 경우 2027년까지 부산공장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르노그룹 뿐 아니라 글로벌 HEV·전기차를 부산에서 만들겠다는 포부다.
KG모빌리티(KGM)는 중국 BYD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배터리 팩 한국 공장 협약\’을 맺으면서 \’차세대 HEV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협약체결에 앞서 양사 연구진은 차세대 HEV 시스템 공동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내년 중에는 토레스 기반의 HEV를 국내에 데뷔시킨다는 구상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미 HEV가 대세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시장에 등록된 수입차 2만9320대 중 1만5941대(54.4%)가 HEV였다. 인기가 시들해진 디젤차(860대, 2.9%)는 물론 그동안 대세였던 가솔린차(9391대, 32%)도 HEV에 밀리는 형국이다.
HEV에 강점을 지닌 일본차 브랜드도 약진하고 있다. 이 기간 렉서스와 토요타의 판매는 각각 1917대, 1522대로 집계됐다. BMW(1만419대), 메르세데스-벤츠(6523대), 볼보(1926대)에 이어 4·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HEV는 물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차까지 쏟아져나오고 있다. BMW는 성능과 옵션을 대폭 향상시킨 PHEV \’뉴 530e\’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신차에는 이전 세대 보다 최고출력이 63% 높아진 184마력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190마력 BMW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조합돼 합산 최고출력 299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벤츠 역시 작년 말 럭셔리 PHEV \’더 뉴 GLE 400 e 4MATIC 쿠페\’를 내놨다. 혼다코리아는 \’올 뉴 CR-V 하이브리드 2WD 투어링\’, 토요타는 5세대 프리우스를 각각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HEV 최대 장점은 주유(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이라며 “유가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경우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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