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권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실적에서 적자를 본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업권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대출 연체율과 부실대출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1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영안정성 악화는 부동산 경기 위축을 비롯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저축은행업계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둬 손실에 따른 충격은 적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2023년도 저축은행 영업실적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김생빈 기획관리본부 상무, 이경연 회원서비스본부 상무, 조정연 자금운용본부 상무, 최병주 경영전략본부 상무 등 중앙회 주요 임원진들이 참석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총 순손실은 555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8년 동안 저축은행업권은 흑자 실적을 유지했으나 9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작년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요인은 이자비용 증가였다. 지난해 말 기준 이자비용은 5조35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2조9177억원) 대비 2조433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9조6581억원에서 10조7501억원으로 1조92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작년 한 해 동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작년 말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6.55%를 기록해 1년 전(3.41%)보다 3.1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64%포인트 상승해 지난해 말 7.72%를 기록했다.
연체율 증가는 기업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1년 새 2.90%에서 8.02%로 5.12%포인트 뛰었다. 저축은행의 주거래 대상인 중·소상공인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상환 능력이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저축은행업계가 작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면서 총여신 규모가 감소한 것도 연체율을 올리는 요인이 됐다.
수익성과 건전성은 나빠졌지만 저축은행들의 경영안전성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치를 보였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총알 규모를 측정하는 유동성 비율도 법정기준(100%) 보다 높은 192.07%를 기록했다. 적자 손실을 메꾸는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113.89%를 기록했고 79개 모든 저축은행이 법정 기준(100%)을 넘겨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저축은행업계는 건전성이 나빠졌지만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오화경 회장은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1년이나 2014년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높지 않다”면서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적자가 나고 연체율이 올라갔지만 대손충당금과 자기자본 등을 보면 이 정도 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축은행업계는 점진적인 업황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오화경 회장은 “상황이 금방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미국과 한국의 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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