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시절 잇단 구설수…국민연금, 소액주주 동향에 촉각
‘배터리 소재 등한시’ 논란에…취임 확정 후에야 “초일류 육성” 약속
“위기 때마다 회사 성장시킨 임직원 믿고 간다”…신뢰의 리더십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가 21일 ‘후보’ 딱지를 떼고 10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회장 취임까지 마지막 관문이었던 이날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그 이전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2023년 12월 19일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일환으로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고문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있었던 장인화는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다.
전임 최정우 회장이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그가 3연임을 노린다는 의혹이 일었고,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는 회장 선임 절차를 주관하는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위원들이 포함된 사내외 이사진이 최 회장과 함께 해외에서 두 차례나 호화 이사회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고발 대상이 됐다.
최정우 회장이 3연임을 노리고 이사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호화 이사회를 기획했다는 의혹이었다.
최정우 회장이 CEO 후추위가 추린 차기 회장 후보에서 탈락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심지어 지난달 8일 장인화 회장이 최종 1인의 후보로 결정된 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장 회장을 최종 후보에 올린 후추위 전원이 호화 이사회 명단에 포함되면서 회장선임 절차 자체의 정당성이 문제시됐고, 장 회장 본인도 고문으로 물러나기 이전 한 차례 해외 이사회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외풍(外風)’을 포스코에 직접 전달하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입에 시선이 집중됐다. 보유 지분의 규모를 떠나 국민연금의 입장에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되고, 이는 회장 후보 낙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난해 KT CEO 선임 과정에서 증명됐다.
하지만 지난 14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가 장 회장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결정하면서 가장 큰 위협 요인이 사라졌다.
장인화 회장을 마뜩치 않아하는 소액주주들도 있었다. ‘철강맨’으로 이름난 장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소재 사업을 등한시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그의 회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소액주주인 김모 씨는 한국거래소에 “장인화 회장 후보 포함 이사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냈다. 의결권 대리를 통해 지분 0.5%를 확보해 주주제안에 나서겠단 계획도 밝혔다.
결국 그들도 장인화 호(號)의 출범을 막진 못했다.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는 어떤 이의제기도 없이 장 회장의 선임안을 포함한 모든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한 채 마무리됐다.
그동안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 반박하거나 해명할 입장이 아닌 ‘후보’ 신분이었기에, 대외적으로는 조용했으나 속으로는 치열했던 3개월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장 회장은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마주한 뒤에서야 시원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철강과 소재사업을 쌍두마차로 똑같이 초일류로 가져가겠다”며 일각의 ‘배터리 소재사업 경시론’을 일축했다. 10년 넘게 공을 들여왔고, 그동안 발을 들였던 신사업들 중 가장 잘 된 사업인데, 왜 등한시하겠냐고 반문했다.
배터리 시장이 캐즘(시장 대중화 이전 청체기)으로 일시적인 정체에 빠져 있지만, 배터리와 전기차는 ‘지구의 운명’이라며, 위기를 기회 삼아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키우겠다고도 했다.
리더로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구성원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포스코 임직원들에 대해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극복하고, 나아가 회사를 더 성장시킨 유능한 분들”이라고 추켜세운 그는, 앞으로 100일간 전국의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뒤 그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조직 혁신과 경영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소감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로서 30분 남짓한 시간은 짧았지만, ‘내 식구’들을 챙기러 간다는 장 회장의 뒷모습을 기자들은 아무 불만 없이 축복해줬다. 100일 뒤 훌륭한 해답을 찾아 돌아오길 기대하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