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손실이 발생한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에 금융감독원이 낸 배상안을 놓고 경제신문끼리도 평가가 엇갈린다. 매일경제는 불완전판매에 집중해 금융사의 ‘비윤리성’을 비판했고 한국경제는 판매사(금융사)의 배상 책임이 더 높아야 할 근거가 없다며 ELS 판매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SL을 판매한 은행·증권사에 투자 손실액을 최대 100% 배상할 수 있다는 안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판매자 혹은 투자자 책임 요인에 따라 배상 비율은 달라지며 당국은 손실액 20~60%를 배상받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 설명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2일
매일경제는 “금감원의 ELS 검사 결과 금융사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 은행은 판매 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로 인정하며 ELS 판매를 유도했고, 또 다른 은행은 판매 수수료 목표를 전년보다 60%나 높이면서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 일선 직원 입장에서는 ELS를 팔지 않으면 낮은 고과를 받을 게 뻔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금감원 현장검사 결과를 보면,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유행 등 주가지수 변동성이 커진 시점에서 오히려 영업 목표를 높여 ELS과 같은 ‘리스크’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 은행은 청력이 약한 87세 고령 투자자에게 ELS 상품에 대해 왜곡 설명해 가입시켰고, 한 증권사에선 71세 투자자를 대신해 컴퓨터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대리 가입한 일도 있었다.
매일경제는 “이런 식의 비윤리적 판매야말로 2019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손실 때마다 손실을 보상하는 악순환이 발생한 근본 원인”이라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금융사가 성과 평가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당장의 수익보다 고객 보호를 중시하는 직원이 고과 평가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반대 입장의 사설을 냈다. 12일 사설 <금융사가 ELS 손실 보상하도록 강제… 나쁜 선례 또 남겼다>에서 한국경제는 금융사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봤다.
한국경제는 “(홍콩 ELS 관련) 배상안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의 배상안과 비교하면 투자자 책임을 좀 더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금감원의 마인드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배상안에서도 판매사 책임은 최대 50%로 투자자 책임 최대 45%보다 높다. 판매사 책임이 더 높아야 할 근거나 이유가 있나”라고 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또 고령층이면 금융취약계층으로 분류해 금융사들의 보호 의무가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94세의 워런 버핏이 H지수 ELS에 처음 투자해 손실을 봤다면 은행이 손실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논리”라고 비판한 뒤 “여전히 ‘인자한 아버지(paternalism)’ 역할, 다른 말로는 관치금융을 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데스크 칼럼에서도 한국경제는 금융감독원 배상안을 ‘국민정서법’에 근거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창민 금융부장은 <금감원의 ELS 배상안 유감> 칼럼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가 손해 본 사람 중 나이가 많은 투자자는 더 보전해주고, 비트코인을 많이 산 사람이 손실을 보면 덜 물어준다는 얘기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했다.
장 부장은 “더 놀라운 건 금감원 스스로 자의적 판단임을 고백했다는 점”이라며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국민정서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근거 없는 잣대는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법(자본시장법과 민법)과 원칙(투자자 책임)에 따라 오롯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져 배상이 이뤄지는 게 맞다. 그때까지 경종은 그치지 않고 울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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