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엔비디아, 오늘은 마이크론’.
코스피지수가 23개월 만에 2750선을 넘은 21일 국내 증시를 두고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두 미국 기업이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불을 붙였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식은 7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3.12%(2400원) 오르면서 연초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폭은 더 컸다. 이 회사는 하루 새 8.63%(1만3500원) 오르며 17만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9거래일 만에 17만원대를 회복했다. 국내 주식 시장 반도체 업종 전체로 봐도 전날보다 평균 4%가량 주가가 올랐다.
현재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GTC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이를 구현할 인프라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HBM이라고 밝혔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 중이다. 또 메모리 업체 가운데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를 양산해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납품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추진 중이다. 황 CEO는 전날 “삼성전자의 HBM을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말한 데 이어, GTC 2024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 12H(High·12단 적층)’ 전시 제품에 ‘젠슨 승인(approved)’이라고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HBM을 비롯한 고성능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 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2조원으로 지난해보다 5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7조7003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SK하이닉스도 올해 1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뛰면서 코스피지수는 이날 2754.86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64.72포인트(2.41%) 오르면서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8705억원, 1조52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은 2조911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의 매수 규모는 올해 2번째로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에서 기존과 같이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기로 한 영향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현대차##, ##삼성물산## 등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도 골라 담았다.
코스닥지수도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9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2.91포인트(1.45%) 오른 904.36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9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3587억원, 기관은 174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3619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HLB## 등은 강세였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엔켐##과 ##리노공업##, ##신성델타테크## 등은 전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짚어봐야 할 매크로 경기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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