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아 가전 시장 활력…비슷한 시기 신제품 출시
‘가전은 LG’ 마케팅 깨고 ‘AI 가전 = 삼성’ 열겠단 의지
봄을 맞아 가전 시장에 활력이 도는 모습이다. 최근 TV, 세탁건조기 등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제품을 각각 내놓으면서다. 가전 라이벌 양사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며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최근 수년간 침체됐던 가전 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TV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 13일 서초사옥에서 신제품 출시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열며 자사의 2024년형 Neo QLED와 OLED 신제품을 공식 출시한 것이다. 올해 TV 신제품의 특징은 ‘강력한 프로세서 탑재를 통한 AI 성능 강화’다.
신제품 중 Neo QLED 8K TV에는 역대 삼성이 출시한 TV 프로세서 중 가장 높은 성능을 갖춘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전년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가졌다. 이를 통해 저화질의 영상도 8K 급으로 화질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8K TV는 4K TV보다 화소수가 4배 이상 많아 화질이 비교적 더욱 선명하고 또렷한 특징이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화질 업그레이드는 물론, 집안의 상황에 따라 영상 속 등장인물의 음성 높낮이도 알아서 낮춰주고 높여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TV 신제품 발표였지만 이번엔 하드웨어보다는 그 속에 탑재된 AI 프로세서 등 소프트웨어 성능을 강조한 대목이다. 또한 그간 경쟁사가 시장 선두에 있던 OLED TV 분야에 대해서도 삼성은 자신감을 보였다. 용석우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은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국내 77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 LG전자를 따라잡고 있다”고 했다.
용 사장은 “(삼성이) OLED TV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차가 돼 가는데 국내 초대형 시장 점유율이 23% 정도 된다. 점유율을 더 빠르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OLED’ 하면 LG전자를 떠올리는 공식에 맞서 자사의 OLED TV 경쟁력을 강조한 것인데 실제로 삼성은 올해 신제품에서 지난해와 달리 OLED TV 라인업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한 상태다.
LG전자도 현재 2024년형 LG 올레드 에보 시리즈와 QNED TV 신제품을 출시한 상태다.LG전자의 TV 신제품 핵심 역시 AI다. 올레드 에보 시리즈에 적용된 알파11 프로세서는 기존 알파9보다 인공지능 딥러닝 성능이 4배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그래픽 성능은 70%, 프로세싱 속도는 30% 향상됐다.
이를 통해 프레임 내 픽셀 단위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화질을 업스케일링한다. 특히 넷플릭스, 애플TV+ 등 OTT 콘텐츠까지 실시간으로 업스케일링하는 기능은 LG TV 중 최초다. 아울러 올인원 세탁건조기 보급형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도 출시해 삼성 제품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TV뿐만이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기존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타워 형태로 쌓아야했던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대의 올인원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실제로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선점한 상태였으나 국내 시장, 특히 보급형 제품 출시에서 삼성이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격적인 스펙에서는 삼성 제품이 경쟁력을 갖췄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399만원. LG전자의 보급형 ‘LG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출고가 449만원보다 50만원 가량 저렴하다. 기본 성능은 비슷하지만 건조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은 신기술인 히트펌프와 기존 히터 방식을 섞어 적용했고 LG는 100%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했다. 이탓에 소비전력 측면에서는 LG전자가 앞선다.
이번 양사의 경쟁에서 주목할 부분은 삼성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그간 ‘가전은 LG’ 라는 경쟁사의 마케팅을 희석시키고 ‘AI 가전’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적극적으로 판매 실적 홍보에 나섰다. 삼성 측에 따르면, 현재 세탁건조기의 경우 누적 판매량 3000대를 돌파한 상태다. 다만 LG전자의 보급형 제품이 최근 시장에 풀린 만큼 본격적인 경쟁은 내달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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