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하상희(74)씨는 40년 가까이 쓰던 주거래 은행을 최근 하나은행으로 바꿨다. 하씨가 좋아하는 가수 임영웅이 하나은행의 광고 모델로 기용됐기 때문이다. 하씨는 임영웅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하나은행 점포로 달려가 예금·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이달 초엔 다시 점포를 방문해 다른 은행에서 가입했던 연금 계좌를 갈아탔다.
하씨는 “‘영웅님’(임영웅 팬들이 쓰는 애칭)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팬심에 주거래 은행을 갈아탔다”며 “영웅시대(임영웅 팬카페) 회원들은 임영웅이 자산관리 관련 광고를 하는 만큼 하나은행 자산관리 상품에 가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로트 스타 임영웅의 파급효과가 은행권까지 미치고 있다. 하나은행이 광고 모델로 임영웅을 발탁한 후 하나은행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 것이다. 임영웅 효과는 온라인상의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임영웅 팬들이 하나은행을 찾아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영업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그룹의 새 광고 모델로 임영웅을 발탁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같은 날 하나은행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15초 분량의 임영웅 영상 광고를 게시했다. 약 한 달이 지난 20일 기준 영상 조회수는 1054만회에 육박한다. 이는 하나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중 네 번째로 높은 조회수며 최근 1년 새 게시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다.
하나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임영웅 사진이 담긴 굿즈(기념품)를 나눠주는 마케팅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 전략은 임영웅 팬들이 점포에 방문하게 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영업점 방문객에게 포스터를, 지난 4일부터 포토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직장인 이하나(32)씨도 지난 5일 하나은행 점포를 방문해 임영웅 포스터와 포토카드를 받아왔다. 이씨는 “임영웅 굿즈를 나눠준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임영웅 팬인 엄마가 ‘은행에 가서 받아오라’고 재촉했다”며 “마침 사무실 근처 하나은행이 있어 그곳에서 굿즈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일부 하나은행 점포는 해당 점포와 거래 내역이 있는 고객에게만 굿즈를 나눠주는 정책을 세웠다. 여러 점포를 돌며 굿즈만 다량으로 챙기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지만 거래 내역이 없는 신규 방문객에게 자연스럽게 은행 상품을 권하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기자가 지난 18일 서울의 한 영업점에 방문해 임영웅 굿즈를 받을 수 있는지 묻자 “우리 점포는 거래 내역이 있는 고객에게만 포스터와 포토카드를 줄 수 있다”며 “우리 점포와 거래 내역이 없으니 상품 가입을 하는 게 어떻겠냐”며 여러 상품을 추천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이미 굿즈 초기 물량이 떨어져 재입고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임영웅 굿즈) 인기가 많아 금방 동이 났고 필요한 점포에서는 별도로 굿즈를 새로 신청해서 재고를 채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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