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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경제공식] ‘모든 것이 오른다’…위험ㆍ안전자산 동시에 ‘가즈아’

이투데이 조회수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국내외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자산은 금과 비트코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상승세를 보이면서 ‘경계’가 희미해진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60달러(0.21%) 하락한 온스당 2159.70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11월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약 4개월간 2000달러를 상회하며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값 사상 최고치는 지난 11일 기록한 2188.60달러다.

마켓워치·업비트 온스당 금 가격, 비트코인 가격 추이

비트코인도 올해 들어 급등했다. 올해 들어 2월 중순까지 4만~5만 달러 사이를 등락했던 기류가 상승으로 전환하고, 그 속도 역시 가팔랐다. 한 달 만에 이달 13일 사상 최고치인 7만3000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김치프리미엄(국내 거래소-국외 거래소 가상자산 가격 차이)이 10% 이상 발생하면서 1억 원을 넘어섰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모두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시장에 풀렸던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자산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비트코인 동반 상승…“美 달러화 입지 흔들”

금은 2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최고가 경신 후 조정기를 겪으며 일주일 만에 6만4000달러 수준으로, 국내에서는 9400만 원까지 가격이 빠졌다. 주목할 점은 두 자산이 여전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회사 중에서는 금이 내년까지 3000달러(씨티그룹)까지 오를 수 있고, 비트코인 전망치를 15억 달러(스탠다드차타드)로 상향 조정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의 동조화론이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자산에 몰리는 자금의 규모에서도 금과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다. 시총 데이터 분석사이트인 컴퍼니즈마켓캡(Companiesmarketcap)에 따르면 현재(20일 기준) 시총 1위는 금(14조5040억 달러)이다. 비트코인은 1조2730억 달러로 9위를 기록하고 있다. 8위는 은(1조4140억 달러)이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을 때 은의 시가총액을 웃돌기도 했다. 시가총액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3조1210억 달러)다. ‘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이 있는 버크셔해서웨이(약 8890억 달러, 11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약 7028억 달러, 13위)가 1조 달러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놓고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달러화 입지가 약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안전자산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여전히 위험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상존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ETF 승인을 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전자산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 달러화가 코로나 위기 때부터 가치가 크게 변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지위가 많이 깎인 것도 금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가장 위험자산 중에 하나라고 볼 수가 있다”며 “(최근 비트코인 상승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 영향도 있지만, 기술 혁신에 대한 어떤 기대감도 일부 반영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회수되지 않은 유동성에…인플레이션 헷지·포트폴리오 조정” 진단도

금과 비트코인의 동반상승 현상을 놓고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조화보다 시중 유동성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시기를 거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자산의 가격 흐름이 아니라 유동성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월 협의통화(M1, 계절조정계열)는 1220조9000억 원(0.3%↑)으로 작년 10월 이후 넉 달째 증가했다. 협의통화는 파킹통장 같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이 가능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나타내는 지표다. 바로 현금화를 할 수 있는 통화량을 가늠하는 수치다.

광의통화(M2, 계절조정계열)는 3920조9000억 원(0.2%↑)으로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6월(3803조8000억 원)에 3800조 원을 넘어선 이후 6개월 만인 12월(3914조3000억 원)에 3900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흐름을 이어간다면 상반기에 M2 통화량 규모가 40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M2는 M1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2년 미만 금융채 등을 포함한 통화지표다.

11월 미국 달러 약세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이 넉 달 만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70억8000달러(약 544조원)로 10월 말(4128억7000달러)보다 4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자산별로는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3720억7000만달러)이 20억8000만달러 늘었고, 예치금(206억달러)도 17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반 현상을 보는 데 있어서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담는 과정으로 봐야 될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거는 글로벌 유동성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이러한 (안전자산-위험자산 동반 상승) 현상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가까운 미래에 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고, 그 부분이 1차적으로 위험자산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면서도 “물가가 중앙은행들이 생각하는 목표 수준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에서 상당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투자 자산간 편차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하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조화보다 유동성의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돈이 많이 풀려 있어 유동성을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 한국에서 금리를 많이 올렸다고하지만 코로나 기간에 많이 풀렸던 유동성이 충분히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 돈이 옮겨다니는 상황으로 비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미국 국채 가격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뤄지면서 오히려 채권 수익률은 오르고,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같은 상황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다 같이 오른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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