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인구구조 변화, 주력산업을 둘러싼 경쟁 격화 등으로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성장 국면에서 장기적으로 저물가·저금리가 동반될 가능성이 큰데, 현재 해당 국면에 접어들기 전 과도기적 고물가·고금리 국면을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과도기 기간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과 부채위험 저하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은행은 대출 위주의 자산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 구성을 다양화하고, 새 성장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APFF)’에서 ‘불편한 미래’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는 5년마다 성장률이 0.5%포인트씩 하락해 2021~2025년 추정 잠재성장률은 1.8%로 예상된다”며 “저출산·고령화,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향후 잠재성장률은 1% 초반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성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저물가, 저금리 현상이 동반될 것”이라며 “현재는 과도기적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때 잠재위협 요인을 해소하지 못하면 일본처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일본화 여부는 부동산 안정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저성장에 따르는 소득 감소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본격적인 저금리·저물가 기조가 도래하기 전 자산 가격 안정 및 부채위험 저하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재위협 요인으로는 부동산에 편중된 한국 가계 자산을 꼽았다. 저성장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소득정체·부채상환 위험·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한국 부동산이 지난 40년과 같은 흐름을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가계 자산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경제규모와 경제발제단계에 비해 금융자산 축적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1인당 금융순자산 순위는 세계 20위권 밖”이라며 “가계 자산이 금융자산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가계 자산구조의 변화를 위해 국내은행들의 새 성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뜻도 피력했다. 대출 위주의 자산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가계 자산구조의 재편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은행들의 대출자산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미국의 경우 은행자산 중 대출 비중이 58%인 반면, 국내은행은 7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간 자산규모 확대 경쟁으로 국내시장은 점차 포화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며 “향후 실물경제 역동성 저하와 맞물린 대출자산 저성장에 대비해 자산 다양성을 키우고 수익구조 다변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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