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국보다 고용불안정성 높아
임시고용 男 33.2%·女 35.9%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해
女 경력단절 장기화 저출산 유발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시고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구 고령화 시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제도적 힘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을 확대해 장기 재직과 정년의 추가적 연장을 유도하자는 국책연구원 제안이 나왔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핵심과제로는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 완화 및 해고 과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비정규직 보호 및 고용 안전망의 강화 등을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 한요셉 팀장은 이 같은 내용의 KDI 포커스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을 20일 발간했다.
미국보다 중장년층 근로자 고용불안정성↑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삶은 높은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다. 특히 중장년층 근로자가 겪는 고용성 불안정성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민간부분의 경우 임의고용이 원칙으로 고용상 차별이 아니라면 노동시장은 해고가 자유롭다.
하지만 남녀 모두 임금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가 연령과 함께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노동 이동이 활발하지만 연령이 증가하면서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은 지속 감소한다.
한국 노동시장을 보면 중년이후로 고용 안정성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현상이 관측된다.
각 연령별로 임금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를 살펴보면 남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의 증가가 멈추고 50대부터는 급락한다.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로 중위 근속연수가 더 증가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남녀 모두 현재 제도적 최소정년인 60세 이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즉 우리나라에서 중년 이후로 같은 직장에서 재직하기가 미국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을 연령별로 보면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증가세를 보였다.
청년층에서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높아 노동시장 진입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韓, 5060 임시근로자 OECD 최고 수준
우리나라 중장년층(55~64세) 근로자 임시고용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중장년층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2위인 일본과도 10%포인트(p) 차이가 난다. OECD 평균은 남자와 여자 각각 8.2%, 9.0%다.
중년 이후 나타나는 고용 불안정성의 근본적 원인은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해서다. 더불어 저임금·저숙련 일자리 외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2019년 기준 55~64세 남성이 32.2%, 25~54세 여성이 43.1%에 불과해 같은 시기 OECD 평균(자료가 없는 이스라엘, 멕시코는 제외)인 47.2% 및 50.3%를 크게 하회한다.
연구진은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에 대한 우리나라 사용자 수요가 낮은 이유에 대해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가팔랐다.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평균적인 임금상승률은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처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상승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기업들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증가했다.
두드러진 정규직 임금 연공성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임금의 높은 연공성은 단독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높은 임금 연공성은 강한 고용보호 및 이른 정년을 포함하는 장기 계약의 일부로서 존재했다.
생산성 대비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근로자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측의 해고 유인이 강화되기에 강한 제도적 보호장치 없이는 이와 같은 임금구조가 성립되거나 유지되기 어렵다.
또 생산성을 초과하면서 보호받는 기간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으므로 계약의 합법적 해지 사유로서의 정년도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고용 보호와 정년을 전제로 연공서열적 임금을 지급하는 장기 계약은 근로자의 이직을 억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끌어 낼 수 있어 개별 기업 수준에서는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높은 임금 연공성과 결합된 강한 고용 보호와 이른 정년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에서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정규직 고용보호는 중장년 정규직 채용수요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비록 실직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사용자가 해고를 가급적 피하도록 할 필요성은 있지만,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우면 채용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재직자(내부자)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비용을 구직자 전반(외부자)이 부담하게 된다.
정규직 고용보호지수(OECD v4)가 전체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물론 55~64세 남성 및 25~54세 여성의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과도 부정적 상관관계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낮은 중장년 노동수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이어진다. 가령 재취업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근로자들이 이직을 피하려 하면서 한번 형성된 이중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절성을 보인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중은 2010년대 이후 뚜렷한 하락세라며 이중구조는 사회적 불평등 핵심요인이자 노동력 재배치를 막고 기업 역동성 하락을 초래하는 등 비효율성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경력단절 장기화…저출산 위기 초래
현재 노동시장 구조에서 법적 강제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인력 활용 효율성 제고 측면의 효과성은 미미하고 여성 고령 인력 조기퇴직, 청년고용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일찍 정년을 폐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제도적 힘에 의한 안정성보다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이 중심이 돼 정년 연장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 경력단절 현상은 심각한 문제이며 출산·육아의 전 생애적 기대비용을 높여 저출산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조기퇴직이 30대 후반부터 나타나는데 이는 출산·육아와 관련이 깊다며 정규직 직장에서 떠나면, 다시 복직하거나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워 경력단절이 길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 미취업 여성 302만7000명 중 139만7000명(46.2%)이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경력단절 이후의 복직이나 정규직 일자리로의 재취업만 수월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과도한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힘에 의한 개혁…“연공형 임금 깨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선 제도적 힘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연구진은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상승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공공부문 직무급 확대 정책을 민간기업으로의 확산 등으로 실질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OECD 국가처럼 사용자 금전보상 신청을 허용하고 노동위원회 직권 판단 여지를 확대해 보상 해결 비중을 높이고 해고 과정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당해고 시 금전보상액의 경우 해외사례와 유사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만 일정한 상하한을 두는 방식(근속 1년당 2개월분 평균임금, 최소 4개월분 및 최대 24개월분)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보호를 현재보다 강화해 고용 불안정성을 줄이고 기간제·파견 등의 사용규제는 바람직 않다고 했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사회보험 간 정합성 제고, 조세-사회보험 행정 간 연계성 강화, 소득 파악 체계 정교화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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