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금융감독원의 전방위적인 NH농협금융 및 계열사 검사가 2주일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배임사고가 터진 NH농협은행뿐 아니라 NH투자증권과 NH금융지주, 여기에 농협중앙회로까지 검사 범위를 사실상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번 금감원의 검사가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 취임 전후로 진행됐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현행법상 농협중앙회가 금감원의 지배구조 검사 대상은 아니지만, 사실상 중앙회를 정점에 둔 지배구조를 우회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게 금감원의 검사 목표다.
무엇보다 취임 직후부터 금감원의 날 선 칼날을 맞닥뜨린 강 회장이 적잖은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길어지는 금감원의 농협 검사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시작된 NH금융지주와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대상 검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번 검사는 지난주 중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부문의 면밀한 검사를 위해 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검사를 통해 과연 농협 지배구조 문제를 어디까지 들여다볼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금융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가 이번 검사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결국 NH금융지주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도 들여다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금감원 검사의 표면적 이유 중 하나인 NH투자증권 대표 인사의 경우, 그간 농협 내 해묵은 논란 중 하나였던 농협중앙회와 NH금융지주 간 인사 갈등이 재점화된 사례였다.
당시 NH금융지주의 경우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차기 대표로 추천한 반면, 농협중앙회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사실상 금융지주와 중앙회가 각기 다른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한 셈인데 이 과정에서 중앙회의 소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금융지주가 사실상 밀었던 윤 부사장의 경우 증권업권 내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는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 유 전 부회장은 오랜 기간 농협에 몸담아온 ‘농협맨’ 이미지를 제외하곤 증권업 나아가 금융권 내 전문성을 찾기 어려운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유 전 부회장은 이번에 치러진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강 회장 캠프 소속으로 강 회장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또 한번 농협중앙회장의 측근이 계열사 CEO로 이동하는 과거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결론적으로 이번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로 금융지주가 추천한 윤 부사장이 선임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회가 금감원의 검사를 의식해 유 전 부회장 지원을 사실상 멈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표면적으로 이번 NH투자증권 대표 인사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직접 개입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다만,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농협중앙회, 나아가 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날 선 금감원의 칼날 향하는 ‘농협중앙회’
금감원 또한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경우 경영 과정에서 주주로부터의 의결권 제한, 동일인 지분 보유율 제한 등 독립성을 높게 보장받고 있다.
반면, 농협금융은 사실상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이는 금융지주사법 관할에 있는 일반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의 경우 별도의 농협법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 및 경제 지주, 그리고 이하 자회사가 업무수행 시 중앙회의 회원 및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에 따라 지도·감독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지도‧감독 결과에 따라 필요시 중앙회는 직접 자회사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농협법에 명시돼 있는 조항에 기반한 경영 행위다.
무엇보다 현재 농협중앙회 전반의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주무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농협이 ‘농촌진흥 및 지원’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가지고 출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결국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인사 등 지배구조에 개입한다 하더라도, 규정상 금융사 감독을 주관하는 금감원이 농협중앙회를 검사‧감독할 권한은 없다. 금융사 전반의 영업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를 포함한 상호금융업권은 관련 법규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에서 각각 불거진 110억원대 배임사고와 대표 인사 이슈를 근거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핵심 계열사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사건·사고가 궁극적으로 중앙회의 불안정한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에 따른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사로부터 매년 수천억원의 자금을 납부받는 부분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NH금융지주는 매년 ‘농협’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중앙회가 걷어간 농업지원사업비 규모는 1조817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지주 총 순익(14조7280억원)의 약 12% 규모다.
여기에 추가로 지원하는 배당금까지 합하면 금융지주에서 매년 농협중앙회로 넘어가는 자금은 연간 순익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처럼 금융지주사의 자금이 농협중앙회로 많이 넘어갈수록 지주사를 포함한 금융계열사 전반의 자본력, 나아가 향후 신사업 추진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또한 이 점에 주목해 금융지주 및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통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까지 직간접적으로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금감원의 농협 대상 검사 내용뿐 아니라 검사 착수 시점 또한 눈길을 끈다. 금감원이 농협 검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 7일이다. 이는 강 회장 취임식과 NH투자증권 차기 대표가 윤병운 대표로 확정된 지난 11일보다 4일가량 앞선 시점이었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자칫 농협 내부의 민감한 이슈에 개입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발 빠른 검사 착수를 결정한 것이다.
당연히 이제 막 취임한 강 회장은 적잖은 부담감을 떠안은 채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금감원 검사의 칼날이 사실상 중앙회를 향해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강 회장 또한 이번 임기 내 경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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