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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탐독해 주변 참모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서적 ‘반도체 삼국지’를 집필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세계 반도체 질서 재편에 따른 대비책을 주문했다. 미국이 2022년부터 첨단 기술·물자의 대(對)중국 수출을 막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규제 범위와 정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등이 과거 소련을 상대로 주요 기술과 물자 수출을 막았던 ‘코콤(COCOM)’이 21세기 들어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권 교수는 20일 사단법인 소부장미래포럼이 경기 판교지구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 “반도체는 이제 경제 논리로만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기술이 세계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를 맞아 재편되는 세계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도입해 반도체 생산 기지의 국내 유치를 추진했지만 핵심은 대중국 수출 금지”라면서 “대중국 수출 금지 품목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에 따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2년 10월 자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발표한 이후 적용 품목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초기에는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정도가 포함됐던 수출 금지 리스트는 지난해 옛 제조 방식을 의미하는 ‘레거시 공정’용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확대됐다. 수출이 금지된 인공지능(AI) 개발용 반도체도 초기 엔비디아 A100, H100 등 최첨단 제품에서 최근 A800, H800 등 범용 제품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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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과거 미국 등 서방 15개 국이 소련을 상대로 결성한 수출 통제 기구 ‘코콤’이 부활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중국이 반도체 첨단화를 위한 장기전을 택하면 미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보다 광범위하고 구속력 있는 수출 통제 제도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받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는 “범위가 넒어질수록 규제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이 기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에서 일반 소부장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날 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 대표가 ‘지난해 국내 기업 설비 투자 감소로 중국 매출 비중이 늘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중국으로 수출하거나 중국 기관과 공동 연구를 하는 대부분 사항을 미리 우리 정부에게 알려 잠재 리스크에 사전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국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서는 전력과 산업 용수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환경 규제 등 난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민관이 합심해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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