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대형아파트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고점을 사실상 회복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탄다는 특성과 다른 면적대보다 공급이 적었다는 점이 가격 되돌림을 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KB부동산의 전용면적별 매매 평균 가격을 보면 2월 현재 서울 대형 아파트(전용 135㎡ 초과)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28억9676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가격은 7579만 원 올랐다.
서울 대형 아파트의 2월 평균 거래 가격은 하락세를 타기 직전인 2022년 11월(29억3318만 원)과 비교하면 98.8% 수준이다. 수년간 오름세를 지속하며 기록했던 고점을 거의 회복한 셈이다. 강북 14개 구의 대형 아파트는 22억5930만 원, 강남 11개 구는 31억2551만 원으로 각각 2022년 11월 가격의 99.8%, 98.4%까지 올라왔다.
전국 아파트값이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1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05% 하락하면서 16주 연속 뒷걸음질했다. 서울도 15주째 내리막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면적대별로 봐도 대형의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중대형(102㎡ 초과 135㎡ 이하)은 현재 평균 16억2343만 원, 중형(85㎡ 초과~102㎡ 이하)은 16억7507만 원으로 각각 2022년 11월 가격의 94.5%, 95.8%다. 중소형(60㎡ 초과~85㎡ 이하)과 소형(60㎡ 이하)은 93.2%, 91.1% 수준의 가격을 기록 중이다. 소형은 다른 면적대 아파트와 달리 2022년 6월 정점을 찍었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87%가량 회복되는 데 그치고 있다.
대형을 제외한 다른 면적대의 아파트들은 오름세에서 벗어나 있다. 중대형은 지난해 7월 16억97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12월 16억2554만 원까지 올랐고 최근 두 달간은 하락하면서 200만 원가량 가격이 낮아졌다. 중형은 지난해 11월부터 16억7500만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소형은 11억5000만 원 중반, 소형은 7억5000만 원 중반에서 비슷한 흐름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형 아파트는 수요가 있지만 2020년 이후로 공급물량이 적었고 3.3㎡당 가격이 중형보다 낮아 저평가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 더해 부동산 시장 악화로 집값이 떨어지자 대형 아파트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회복세가 다른 면적대보다 빠르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과 20억~30억 원을 동원할 수 있는 수요층이 집을 살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한 영향이란 설명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형 아파트는 워낙 가격대가 높아 자금 여력이 큰 자산가들의 실수요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고 가격 방어력과 회복력이 더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 전에 고가 아파트가 먼저 오름세를 타는 경향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닌 만큼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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