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현재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전기자동차’ 중 하나는 단연 현대자동차의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6’일 것이다. 지난 2월 환경부로부터 올해 전기차 국가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차량 중 하나로 선정돼 판매가 크게 느는 수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접 타본 아이오닉 6는 보조금 수혜를 받고도 남을 만한 차량이었다. 내·외관 디자인 모두 훌륭한 데다 편안하면서도 강력한 주행 성능, 넓은 실내 공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높은 체급을 갖춘 만큼 단순 판매량 향상을 넘어 ‘올해의 전기차’가 될 자격도 충분해 보인다.
전기차와 내연차 잘 버무린 디자인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내연차와 전기차의 딱 중간, 그 어디쯤 자리 잡고 있다.
무난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의 변화만을 가져갔는데, 아직 전기차에 익숙지 않을 대중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기존의 내연기관차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한 듯하다.
먼저 외관.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헤드라이트부터 테일라이트까지 길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유선형의 곡면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정도를 달리하며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측면에서 볼 때는 다소 완만해 보여도, 정측면에서 볼 때는 아주 가파르고 유려한 라인을 형성해 이 차가 갖고 있는 빠른 주행 성능을 눈으로 체감할 수 있게끔 했다.
또 이 디자인은 심미성만큼이나 실용성도 동시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차만큼의 연비가 나오기 어려운 만큼 공기저항을 받는 계수, 공력계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유선형 디자인이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에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오닉 6는 현대자동차 차량 중 역대 최저이자 글로벌 완성차 중에서도 최상급의 공력계수인 0.21Cd(Coefficient of Drag)를 달성했다.
내부의 경우 미래 모빌리티다운 깔끔함을 우선시한 디자인이 이뤄졌다.
전기 모빌리티라 부르기에는 아직 조금은 소극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지만, 내연기관 업체였던 현대자동차로서는 그래도 전작들 대비 전기차로서 나름 대담한 디자인 변화를 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리·터치 버튼들의 배열도 깔끔한 편이다.
내부 공간의 경우 세단형인 만큼 헤드룸(머리 공간)이 낮은 것을 제외하고는 꽤 넓다.
2열 기준 헤드룸은 174cm 성인 남성 기준 주먹 한 개가 들어가는 반면, 레그룸(다리 공간)은 주먹 3~4개 정도로 상당히 여유롭다. 프렁크(전기차 보닛 밑의 여유 공간)는 작아도 트렁크는 깊고 넓게 잘 빠져 활용도가 좋은 편이다.
편의성도 옵션으로 유명한 현대차그룹 차량답게 훌륭한 편.
운전석 전면 유리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선명해 시인성도 좋았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의 경우 충전 패드도 넓고 미끄럼 방지 처리도 돼있는 데다 충전이 시작될 경우 주황색으로 점등이 이뤄지는 등 사용이 편리했다.
음성인식 기능의 활용도가 낮았던 부분과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보스 오디오의 품질 정도를 제외하고는 편의성도 흠잡을 부분이 없다.
부드럽고 편안한데 가속력도 발군
운전 질감은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적고 편안했다.
적당히 전기차스럽긴 하나 공중에 붕붕 뜨는 느낌이 없어 더 정숙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는 느낌도 들었다.
세단형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디자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무난함을 추구하는 현대자동차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역시 나쁘지 않았다. 대신 원페달 드라이브의 경우 완벽하게 이뤄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드라이브 모드 별 차이가 명확하고 그 효과가 확실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핸들 좌측 하단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에코·노멀·스포츠의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가속도가 크게 붙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체감 상 에코모드 대비 노멀은 1.5배, 스포츠는 2배 정도 스피드가 붙었는데, 스포츠 모드는 말 그대로 ‘드라이빙 머신’이 된다.
프로그램으로 속도 변화를 바로 줄 수 있는 전기차의 장점을 정말 잘 활용한 케이스.
단점은 생각보다 아쉬운 연비, 크게 변한 조작감
하지만 연비는 기대를 크게 해서 그런지 아쉬웠다.
기자가 탄 AWD(전륜구동) 20인치 프레스티지 모델 기준 배터리를 78% 충전한 상태로 136.9km를 주행했을 때 잔여 배터리 41%, 주행 가능 거리 168km, 전비는 4.7km/kWh(킬로와트시)를 기록했다. 배터리를 37% 사용해 136.9km를 주행했다는 것인데, 이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100% 충전했을 경우 주행거리가 400km에 약간 못 미치는 셈이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준수하긴 하나,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비록 여러 주행모드를 오간 만큼 연비 하락을 감수하기는 해야 했으나, 대부분의 주행 환경에서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것보다는 더 배터리가 오래 가야 하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연비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의 경우 주행 성능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에코모드와 회생제동 위주의 주행을 해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또한 전륜구동 대비 연비가 좋은 2WD(이륜구동) 모델도 있으니 이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
기존에 비해 다소 달라진 몇몇 버튼 조작 방식도 다소 불편했다.
1열 문에 달려있던 창문 조작 버튼과 운전석의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이 각각 중앙의 센터 콘솔과 좌측 송풍구 하단으로 옮겨갔는데, 실제 사용해 보니 편함 보다 이질적 느낌이 더 컸다.
실제로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 출구에서 창문을 내리는 버튼을 누르려고 오른손을 뻗어 한참 더듬어 찾아야했는데, 보기에는 깔끔해졌을지 몰라도, 사용의 직관성은 다소 떨어졌다는 것을 체감했다.
여기에 아이오닉 시리즈 특유의 차량 내부에 달린 디지털 사이드미러도 아직은 물음표가 붙는 부분.
아직 기존의 거울식 사이드미러만큼 선명하지 않았고, 140km 이상 주행했는데도 그 이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가 제작사 입장에서 나름의 새로운 방식과 기준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를 과연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 방식을 고수할지 등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변수만 없다면… ‘올해의 전기차’ 유력 후보
이미 출시한 지는 좀 됐지만, 디자인·주행감·편의 사항 등 전반적으로 체급이 높고 보조금까지 두둑하게 받게 된 만큼 올해 선전이 기대되는 차량 중 하나다.
얼마 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온 아이오닉 5와 함께 국내 최대 보조금 수혜 차량이 된 만큼, 큰 변수가 없으면 올해 전기차시장에서의 활약은 따 놓은 당상이라 할 수 있겠다.
세단형이라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형태의 전기차들 대비 선호도가 낮을 수는 있겠지만, 헤드룸이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공간도 넓어 4인 가족용으로도 충분한 만큼 전기차 구매를 고민한다면 적극 고려할 만한 차량임에 분명했다.
문제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닫힌 마음이 지난해 대비 얼마나 열려 있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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