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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K반도체, 중국 ‘칩 포위망’ 동참 딜레마에 빠지다

비즈워치 조회수  

/그래픽=비즈워치

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2년 자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발표했는데요. 이후 미국은 동맹국에도 이러한 규제를 도입하라고 압박을 높이고 있습니다. 동맹국과의 다자 합의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죄기 위해서입니다.

타깃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당초 주요 압박대상은 반도체 장비 기술이 높은 네덜란드와 일본이었지만, 지난해부터 한국 등에도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 반도체 장비의 수출 길이 끊길 경우 K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한국산 장비 점유율 ‘3%’에도 물망 오른 까닭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규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두고 그동안 한미 간 협의가 진행돼 온 상황”이라며 양국 간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음을 시사했는데요.

이는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참여한 네덜란드와 일본에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한편 한국과 독일에도 이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통제 기준./그래픽=비즈워치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맹국들도 미국처럼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 칩(16㎚ 내지 14㎚ 이하)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겁니다.

업계 내에선 “한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은 네덜란드와 일본만큼의 수준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에까지 압박 태세를 높이는 미국 행보가 과하다는 지적이죠. 

실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일본·네덜란드 등 3개국이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점유율이 3% 가량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에 일각선 바이든 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대선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경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움에 따라, 바이든 정부도 중국을 견제할 파트너로 강력한 반도체 동맹국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1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한국 등 동맹국들도 미국과 유사하게 중국 내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해달라”는 내용의 공식 요청을 미 상무부에 제출한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장비가 글로벌 시장서 큰 무게감이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미국이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장비로 국한했을 땐 영향력이 크지 않으나 K반도체 산업의 위상 자체가 상당하다 보니 미국이 강력한 반도체 동맹국으로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K반도체 직간접 타격 불가피, 다각 분석해야”

중국 반도체 장비 주요 수입 대상국./그래픽=비즈워치

다만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는 데 있어 한국이 주요 수입국이란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2022년 기준 중국 반도체 장비 주요 수입 대상국은 △일본(37.2%) △미국(18.9%) △싱가포르(15.2%) △한국(14.8%) △대만(9.9%) 등 순이었는데요. 

중국은 주요 반도체 장비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까지 수출을 규제하게 된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노광장비와 식각장비, 테스트장비 등 분야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 중국은 반도체 자립 의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0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국가 전략화 한 이후, 핵심 반도체 기술 및 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2012부터 2022년까지 10여년간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은 연평균 27%씩 성장했습니다. 2022년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35%로 전년 대비 14%포인트(P) 상승, 그해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도 그 방증입니다. ‘과한 통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더욱 높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입니다. 한국이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하게 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반도체 장비를 생산·납품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로 향하게 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두 회사가 미국과 중국 양쪽 눈치를 보느라 중고 장비를 되팔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 역시 전조라는 지적입니다.

앞서 노후 반도체 장비를 중고로 판매해 온 양사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강화된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당초 이들의 가장 큰 수요처는 중국 회사들이었는데요. 판매를 중단한 이후로는 중고 장비를 창고에 저장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를 다각도로 분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교수는 “미국이 ‘대중압박’이란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는데 이를 모르는 척할 수 없고, 만일 한국이 이에 동참하면 중국은 반도체 원자재 관련 수출 금지령을 내리는 등 어떠한 형태를 빌려서라도 보복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을 상대로 한 동맹의 모양새는 형태적으로 갖추되 적극적인 동참은 피하면서 국익을 철저히 따지는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까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압박을 가함으로써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의 중국 진출 생사여부가 갈리게 됐다”며 “대기업들도 미국과 중국 중간에 끼어 중고 장비를 들고 있거나 혹은 폐기 처분을 해야 되니 수익에 영향을 간접적으로 미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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