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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라 VS 인건비 부담” 물가 비상인데 업계·정부는 평행선…특단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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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제공=연합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장바구니물가(생활물가지수)가 많이 오르면서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치를 태세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보조지표다. 쌀·달걀·배추 등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해 가계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 142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보다 3.7% 증가했다. 식품은 전년 대비 5.4% 올랐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3.1%)를 웃도는 수치다.

전체 물가 상승률이 33개월째 이어지자 정부는 최근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등에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농산물 가격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긴급가격안정자금을 가격 안정 시까지 확대 집행키로 했다.

기업들에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웰푸드, 농심 등 19개 주요 식품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하나로마트에서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조사관을 보내 설탕 판매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들 업체가 ‘짬짜미'(담합)를 통해 설탕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설탕 가격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오르면서 ‘슈가플레이션'(설탕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설탕값 상승 여파로 과자·빵·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연이어 오를 가능성을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밀가루의 원재료가 되는 소맥분(1㎏ 기준) 및 식용유의 주 원재료인 대두유(1.8ℓ 기준) 가격이 2022년 1분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간 만큼 제품 가격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경영 전략의 결과겠지만 원재료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얻어진 수익도 있을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 하락을 출고가와 소비자가에 반영해 소비자의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오는 4월 1일부터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 대상은 중력밀가루 1㎏, 2.5㎏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총 3종이다. 인하율은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으로 제품별로 최소 3.2%에서 최대 10% 수준이며, 평균 인하율은 6.6%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정부에 ‘화답’한 만큼, 경쟁사들도 연이어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삼양사·대한제분 등은 내부적으로 인하 폭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원가에 반영하는 시기는 제품마다 다르다. 밀가루가 내려도 원가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이어야 가격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인건비·노무비 등이 다 오르게 된다면, 가격 인하 요인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원재료 구매 계약은 6개월이 될 수 있고, 1년이 될 수 있다. 재고도 마찬가지”라며 “원재료가 장기간 하락하고, 인건비·노무비 등도 안정화돼야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세 인하가 그 중 하나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의 경우 한시적이라도 관세를 인하하면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코코아)를 사례로 들었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할당관세를 종료했는데,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와 카카오 생두에 대해 할당관세를 협의할 계획이다. 실제 전날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카카오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1톤당 8172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3월 20일(2785달러)과 비교하면 193.4% 급증한 상태다. 할당관세는 수입물품의 일정 할당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관세다.

업계 관계자는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이 많아지면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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