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수조원 대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ELS 자율배상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진통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목소리는 높이는 가운데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이 자율배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 초가 사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은 전날 저녁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연합회 이사회에서 ELS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각 은행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기 때문에 절차를 거쳐 각 기관 입장이 나올 것”이라면서 “(정례회의에서는)은행장들과 (ELS 배상안 관련 내용을) 일언반구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은행별로 입장이 있을 것이고, 신한은행은 주주총회 이후 발표 시점을 보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앞서 금감원은 홍콩 ELS 손실액 차등 배상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연령, 투자경험, 불완전 판매 등 조건에 따라 은행 등 판매사가 손실 중 23%~50%를 감당하라는 권고다.
은행들은 배상안을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한 배상이 아닌 자율배상이 배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자율배상을 결정하더라도 이를 시행하기 위해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주요 은행들은 이달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20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신한은행이 21일, 우리은행이 22일 이사회를 연다.
결정이 부담스러운 은행들이 다음 달 금감원 분조위 결과를 기다렸다가 배상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에 공개한 기준안을 토대로 은행별로 대표 사례 1~2건을 선정해 분조위를 열어 분쟁조정절차를 시작한다. 금감원은 H지수 기초 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를 선정하고 다음 달 내 분조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상품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대표 사례 선정부터 분조위 개최까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간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손실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배상할 가능성은 변수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초부터 ELS 배상 개시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H지수 기초 ELS 판매금은 400억원 규모로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금감원 안을 수용할 경우 배상금은 60억~1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나머지 은행을 향한 압박 수위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총선 앞두고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완전판매 책임이 큰 만큼 100% 보상하라는 것이 골자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18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위에서 “금융당국은 ELS 피해자와는 어떠한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배상안 가이드를 발표했고 이는 시중은행 경영진들과 합의하에 이루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모임은 이날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정치세력들에 4월 총선에서 당당한 투표권을 행사할 것임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