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확산 원인 놓고 아울렛·하청업체 간 ‘네탓’ 공방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근로자 7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명피해를 낸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 화재 사고 관련 재판이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이제승 부장판사)은 19일 현대아울렛 대전점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사건의 첫 정식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의 입증계획서에 따르면 재판부에 신청한 증인만 47명으로, 피고인이 신청한 증인과 합치면 모두 7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집중 심리를 한다고 해도 증인신문에만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중복된 증인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세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을 마치고 이날 처음 열린 공판기일에서 양측은 화재 확산의 원인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소방시설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는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우레탄 폼이 타면서 불이 급격히 번진 만큼,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더라도 막을 수 없었으며 특히 피해자들은 우레탄 폼에서 나온 유독가스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게다가 ‘EM-LOCK'(비상문 자동 개폐장치)를 잠가 대피하지 못하게 한 보안업체에 잘못이 있는데도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방설비 미작동에 대해서는 “수백건의 오작동 때문에 현대아울렛의 지시에 의해 화재 수신기를 자동 연동에서 수동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원청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현대아울렛 측은 “이 사건 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소방시설 연동을 정지시켜 스프링클러가 제때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상 작동됐더라면 2만6천400리터의 소화수가 쏟아졌을 것이고,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천장 우레탄폼은 내연성이 강한 불연재로 불법이 아님에도 하청업체 측은 중대 잘못을 가리기 위해 이 사건 실체와 관련 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소방펌프 등 소방설비를 비롯해 비상문 자동 개폐장치의 관리 책임 또한 하청업체에 있다”고 역설했다.
현대아울렛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과수 실험 결과 배기가스 온도는 발화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도 정전기에 의한 차량 발화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자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통상적인 산업재해와 달리 외부요인에 의한 발화인 만큼 방화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아울렛 대전점장과 소방시설 하청업체 관계자 등 5명과 법인 2곳은 2022년 9월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협력업체 근로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대형 참사에서 불이 난 아울렛 지하주차장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지하주차장 하역장에서 시동이 켜진 채 정차 중이던 1t 화물차에서 뿜어져 나온 고온 배기가스 열이 차 아래 쌓여 있던 종이상자에 전달돼 불이 시작됐다.
주차장 하역장에 폐종이상자와 폐지를 방치하는 등 관리 부실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특히 화재감지기가 오작동한다는 이유로 아예 경보시설을 꺼놔 화재 발생 후 7분 동안 소방시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지하주차장 전체에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17일 열린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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