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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뱅크도 못 피했다”…은행 영업점, 빨라지는 ‘폐쇄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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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상생금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해 온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정작 고객 접점의 최상단에 놓여있는 영업점은 지속적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온라인‧모바일 금융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영업점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 것이다.

은행업계에서는 비대면 금융 강화, 조직 슬림화 등 일련의 은행권 경영 전략을 고려하면 이 같은 영업점 감소가 불가피하며 특히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도 명확하다.

다만, 이처럼 은행권이 영업점 감소에 속도를 내면서 고령층, 도서산간 지역, 디지털 취약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또한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금융당국이 영업점 통폐합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 가운데 은행권 또한 일정 부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은행이 최근 오픈한 화곡동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최근 오픈한 화곡동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 사진=우리은행

2년 새 200개 이상 줄어든 은행 점포

19일 데일리임팩트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영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 4대 은행이 운영하는 영업점(출장소 포함) 개수는 지난해 말 기준 2801개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영업점수(2859개) 대비 58개 감소한 수치이자, 이전해인 지난 2021년(3055개)보다는 2년 새 254개나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금융 플랫폼 강화와 조직 슬림화 목적의 은행 영업점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해에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된 것. 은행별로 감소 속도가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영업점 축소 기조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대다수 은행이 비대면 금융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영업점 감소 전략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다만 사회적거리두기 등의 조치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강제됐던 시점을 벗어나 대면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시점에도 영업점 축소 전략은 유지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장 많은 영업점을 운영하는 곳은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영업점 개수는 772개다. 영업점 중 출장소는 94개 수준이다.

두 번째로 많은 영업점을 운영 중인 곳은 721개(출장소 112개)의 영업점을 운영하는 신한은행이었고, 우리은행(711개)과 하나은행(597개)이 뒤를 이었다.

영업점 개수는 상이했지만, 전반적인 감소세는 4대 시중은행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KB국민은행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중 전년 대비 가장 큰 영업점 감소 폭을 보였다. 지난 2022년 영업점 개수는 831개로 1년 새 59개, 2021년(890개) 대비로는 118개의 영업점이 통‧폐합됐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 2022년(713개) 대비 2개의 영업점이 지난 1년 새 줄어들었다. 비교 시점을 2021년까지 넓혀보면 57개의 영업점이 감소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영업점은 전년 대비 동일 또는 소폭 늘어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와 2022년 영업점 개수가 721개로 동일했고, 하나은행은 오히려 2022년(594개) 대비 지난해 영업점이 3개 늘어난 597개를 기록했다.

다만 두 은행 모두 2021년 영업점 개수 대비로는 각각 63개(신한), 16개(하나)씩 감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은행권 “비대면 전환에 불가피성 있어”

일단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영업점 감소세에 대해 경영 전략을 반영한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금융의 확산으로 인적 자원 또한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라, 감소 추세에 접어든 영업점을 활용한 대면 인력 또한 축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은 은행권 전체 임직원 현황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지난 2021년 약 5만4000여명에 달했던 4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2000여명으로 2000여명 가량 감소했다.

이는 최근 조직슬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은행권 내 희망퇴직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당수 영업점 인력 또한 희망퇴직을 선택한 결과라는 게 은행권 내부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영업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직원수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다만, 디지털‧IT 등 향후 비대면 금융 강화에 필요한 핵심 직군 인력은 신입, 경력 무관하게 꾸준히 확대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영업점 감소세가 지속할수록 일부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 또한 보다 강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지난 5년 새 수도권 영업점 감소율이 평균 18% 수준인 반면, 그 외 지방 지역의 영업점 감소율은 평균 25%로 다소 높았다.

일부 은행의 경우에는 수도권 감소율이 지방 감소율보다 컸지만, 수도권 내 영업점 개수가 지방 영업점보다 3배 가까이 많은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고령층의 이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ATM 등 자동화 기기 또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ATM은 약 1만6000여대로 전년 동기(1만7400여대) 대비 1400여개 가량 감소했다.

중∙장년층 손님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큰 글씨와 단순화된 화면의 '창구 번호 표시기'가 설치된 시니어특화점포 / 사진=하나은행
중∙장년층 손님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큰 글씨와 단순화된 화면의 ‘창구 번호 표시기’가 설치된 시니어특화점포 / 사진=하나은행

여전히 제기되는 ‘속도조절’ 필요성

은행업계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의 상생 기조, 그리고 영업점 폐쇄 절차 강화 등의 조치에 따라 실제 영업점 감소세도 다소 완화됐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영업점 폐쇄와 관련한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감소한 영업점수는 58개로 2021년 대비 2022년 감소 폭(186개) 의 절반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시행 중인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조치를 통해 은행은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실시하는 사전영향평가를 한층 강화했다. 또, 점포 폐쇄 시, 금융소비자가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소규모 점포나 이동점포 등을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등의 방안이 담겨있다.

다만,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여전히 은행 점포 축소 속도는 가파른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16개 은행은 16개의 점포를 신설하고 24개 점포를 폐쇄해 전체 점포수는 8개 감소했다.

바로 이전 분기인 3분기에 신설 및 폐쇄 점포수가 각각 16개로 같아 속도 조절에 들어간 흐름이었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반전된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영업점 운영은 각 은행별 전략에 따른 고유한 결정으로 당국의 기조에 100% 부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융 취약층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대체 수단을 확보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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