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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버티기’ 끝…’한앤코 체제’ 시작

비즈워치 조회수  

/그래픽=비즈워치

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개최 허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버티기’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2주 안에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고있다. 한앤코는 다음주 중 열릴 정기주주총회나 그 직후의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이다. 거의 3년을 끌어온 경영권 분쟁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남양유업의 정상화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앤코의 ‘완승’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5일 한앤코가 제기한 남양유업의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했다. 당초 심문기일은 오는 27일이었으나, 법원이 기일을 13일로 변경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이르면 2주간의 소집통지기간을 가진 뒤 임시주총을 연다.

한앤코는 이미 지난 1월 4일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지분율 52.63%)가 한앤코로 넘어가면서 최대주주도 한앤코로 변경됐다. 문제는 남양유업의 정기주총 주주명부가 지난해 말 폐쇄되면서 한앤코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한앤코는 강제 경영진 교체를 위해 또 다시 여러 소송을 벌여야 했다. 한앤코는 지난달 8일 경영진 교체 안건을 상정할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같은달 22일에는 3월 정기주총에서 경영진 교체 의안을 상정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어 26일에는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도 냈다. 홍원식 회장 등 가족들이 정기주총에 상정할 안건들에 ‘찬성’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남양유업은 결국 한앤코가 요구한 안건들을 정기주총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임시 의장 및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다. 오는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홍원식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주총 안건들이 처리되면 주요 경영진들이 한앤코 인사들로 교체된다.

하지만 여전히 홍 회장이 정기주총의 최대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안건들이 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있었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고문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이 임시주총 개최를 허가하면서 홍 회장의 정기주총 안건들에 대한 반대는 무의미해졌다. 정기주총 후 곧 임시주총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시주총에서는 한앤코가 최대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스스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 2021년 9월부터 끌어온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오너 경영’ 막 내려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은 2021년 4월 ‘불가리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당시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무리한 홍보로 논란이 됐다. 거센 역풍으로 홍 회장은 같은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5월 말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지분 37만8939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7월 임시주총이 갑자기 연기되는 등 양측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임시주총에서는 윤여을 회장 등을 이사로 선임, 경영진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주총이 취소되며 무산됐다. 홍 회장은 9월 돌연 매각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한앤코는 홍 회장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후 양측은 약 3년여 간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한앤코는 홍 회장에게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310억원대의 위약벌 소송을 내며 맞불을 놨다.

홍 회장은 그해 말 대유위니아그룹에 조건부로 회사를 매각하려는 시도도 했다. 홍 회장이 한앤코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한다면 대유위니아그룹에 남양유업 주식과 경영권을 넘긴다는 계약이었다. 그러나 한앤코가 법원에 이 계약의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유위니아로의 매각은 무산됐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은 현재 대유홀딩스가 제기한 위약벌 소송 3심도 진행 중이다.

법정 공방 끝에 한앤코는 2022년 9월 주식양도소송 1심, 2023년 2월 2심에서 승소했다. 올 1월 마침내 대법원마저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게 됐다. 그리고 이번 정기주총 또는 임시주총에서 경영권까지 획득하면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완전한 새 주인이 된다.

’60돌’ 남양유업의 새 출발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했지만,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경영권 분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아직 분위기가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양유업 내부에서는 한앤코가 단행할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을태 남양유업 노조위원장은 “현재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 상황이 많이 좋지 않아 경영 정상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매각 후 고용 안정 보장 문제와 자산 매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될 한앤코는 새로운 경영진 체제를 갖춘 후 남양유업의 재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위축된 실적을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사모펀드(PEF)인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가치를 높여 되팔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현재 실적은 상당히 좋지 않다. 남양유업은 1조원대에 달하던 매출액이 2020년 9000억원대로 떨어졌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년 연속 수백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매출액은 9968억원, 영업손실은 723억원이다. 여러 차례 구설수에 휘말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데다, 최근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 등 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사명 변경을 추진해 기업의 새 출발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또 그 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신사업에도 투자할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2022년 2030세대와 시니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와 ‘오테이스티’ 등을 선보이며 새로운 상품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그 동안 우유, 분유 등 ‘아기 먹거리’ 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연구, 개발 등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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